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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80대 사돈어른의 ‘용(鎔)비어천가’

오피니언 기자수첩

[장기영의 인스토리]80대 사돈어른의 ‘용(鎔)비어천가’

등록 2021.06.18 12:45

장기영

  기자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삼성맨 출신으로 이 부회장에게 사돈어른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은 ‘반도체 위기론’을 꺼내들며 가장 적극적으로 사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지난 4월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경제부총리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국무총리께 건의 드린 바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기에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 빨리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앞선 3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5대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도 “세계 반도체시장의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사면운동의 선봉에서 선 손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경총의 수장이자, 이 부회장과 사돈으로 얽힌 특수한 관계다.

올해 83세인 손 회장은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CJ그룹 경영고문의 동생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삼촌이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동생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에게는 사돈어른에 해당한다.

손 회장은 1995년 CJ그룹 회장직에 오르기 전 삼성전자(옛 삼성전자공업)를 시작으로 삼성화재(옛 안국화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부회장까지 오른 삼성맨 출신이기도 하다.

손 회장의 이 부회장 사면 요구에 대해 국가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재계 대표 인사의 발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 부회장의 사면론을 꺼내드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특히 이 부회장이 있어야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식의 손 회장 발언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판단과 이행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조속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총수 1인의 부재로 인해 위기를 맞는 구조라면, 그 구조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을 난세의 영웅과 같이 치켜세운 손 회장의 읍소를 조선 왕조를 찬양한 ‘용(龍)비어천가’에 빗대 ‘용(鎔)비어천가’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재 재계와 국회 등에서는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또는 가석방 대상자 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당시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신설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이후 청와대의 기류가 변한 점은 이러한 관측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2일 4대 그룹 대표로부터 사면 건의를 받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고충을 이해한다”며 사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만약 실제로 이 부회장이 특별사면을 통해 경영에 복귀한다면 가장 앞장 서 사면을 촉구한 손 회장의 공을 무시하기 어렵다.

80대 사돈어른의 용비어천가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이어질지 청와대와 법무부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손 회장의 말대로 이 부회장의 사면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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