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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만 발행하면 끝인가”···금융권 ‘ESG경영’ 향한 이동걸의 충고

“채권만 발행하면 끝인가”···금융권 ‘ESG경영’ 향한 이동걸의 충고

등록 2021.06.17 07:51

수정 2021.06.17 10:51

차재서

  기자

올해도 ‘ESG채권 발행’ 이어지지만부실한 기준에 ‘그린워싱’ 우려 여전“형식 지양하고 프로그램 집중해야” ‘KDB 탄소스프레드’ 상품 구조 눈길

사진=산업은행 제공사진=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은 ‘ESG위원회’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형식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그간 은행 차원에서 준비해온 것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며 그 결과를 보여주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융권 전반에 자리 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트렌드를 진단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녹색금융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단순히 ‘돈을 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진정한 녹색금융을 만들 수 있도록 보다 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향후 녹색금융의 구체적인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메트릭(측정법)’이 나오면 피할 방법이 없다”며 “그 때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금융사의 채권 발행으로 ESG경영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한 발 나아가 그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자는 제언이다.

◇4대 시중은행 5조원···‘ESG채권’ 발행 러시=올해도 금융권에선 ESG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움직임에 동참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지원할 재원도 마련하려는 포석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이 상반기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총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KB국민은행 1조1600억원 ▲신한은행 9600억원 ▲하나은행 1조7630억원 ▲우리은행 9150억원 등의 성과를 냈다. 작년 발행 실적(5조6900억원)의 70% 이상을 반년 만에 달성한 셈이다.

ESG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뜻한다. 친환경 프로젝트 등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채권과 사회적 가치창출 사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채권, 두 가지를 혼합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이처럼 금융권이 앞다퉈 ESG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저소득층, 소상공인의 코로나19 극복을 돕고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사업 투자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도 각 금융사는 해당 채권으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이 분야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면엔 정부의 기대치를 채우려는 부수적인 목적도 있다. 금융사로서는 ESG경영에 대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앞으로 정부 주관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다. 일례로 국민연금공단은 2022년부터 책임투자보고서 제출 의무를 국내외 주식·채권 위탁 운용사 전체로 확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책임투자 이행 수준을 점검해 위탁운용사 선정·관리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덧붙여 시장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금융사를 움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발행 시 더 많은 자금 조달 비용이 요구되는 만큼 발행을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1.5%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4월의 1.6%보다 내려오긴 했지만, 0.9% 안팎에 머물렀던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상태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금융사가 자연스럽게 ‘ESG 흐름’에 올라타고 신속히 대응 태세를 구축했다는 점엔 이견이 없으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그린워싱’ 우려···명확한 기준 수립해야”=다만 금융사가 고민할 부분은 이렇게 모은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활용하느냐다.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규모만큼 리스크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초 발표한 ESG 관련 보고서에서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가능성을 우려하며 불투명한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의도적인 명칭 부여와 마케팅으로 인해 친환경 기업이나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가령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 일부 과정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금융사로서는 이를 간과하면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국내외 평가기관은 최근 환경 부문 평가를 강화한 ESG 평가로 기업별 ESG 등급을 산출하고 있지만, 평가 요소가 다양하고 기관간 지표나 방식이 달라 그 결과치도 일관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 이시연 연구위원은 “ESG 상품으로 이름 붙여진 금융투자 수단의 포트폴리오 운용 상황도 투자자를 크게 호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ESG펀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기술주에 주로 투자했던 것처럼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그린워싱’을 방지하려는 해외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펀드 명칭 관련 규제 강화 여부를 논의하고,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유럽위원회에 ESG 등급평가 관련 규제를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힌트는 ‘KDB 탄소스프레드’에=보고서의 지적은 이동걸 회장의 이번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금융기관 차원에서 기준을 만들어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미 산업은행은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명확한 ESG 평가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고, 그 결과물 중 하나로 4월엔 5조원 규모의 ‘KDB 탄소스프레드’를 내놓은 바 있다.

‘KDB 탄소스프레드’는 산업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돕고자 기획된 특별 상품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감축활동을 지원하는 ‘탄소감축’,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관련 설비투자를 조력하는 ‘저탄소 생태계’ 등 두 가지 상품으로 운영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여건·역량, 기대효과를 고려해 우대금리를 붙이는 ‘탄소감축’ 상품의 구조다.

산업은행은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반드시 탄소 감축 효과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을 받도록 상품을 설계하고 환경부와 탄소 감축량 산정·검증 방법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탄소 감축량 측정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기관과 협력해 기준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게 은행 측 전언이다.

이동걸 회장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저탄소 경제 전환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모든 탄소 집약적 산업의 친환경 산업전환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KDB 탄소스프레드’ 상품이 한국형 탄소금융의 표준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협약과 기후 위기 등으로 녹색금융은 앞으로 큰 산업의 출현을 촉진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앞으로 산업은행이 ‘스탠다드 세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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