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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의 채널고정]GS리테일과 집게 손, 21세기 ‘마녀사냥’

reporter
근대 초기 혼란했던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만연했다. 사탄과 결탁해 저주마법인 흑마법을 사용하고 다른 이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한 자를 고발했다. 그러면 그자는 마녀 혐의자로 조사를 받고, 조사 과정에서 자백 등으로 인해 마녀로 판명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당시 밀고, 고문으로 인한 자백, 잔혹한 처형이 이뤄졌단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21세기 한국에서는 난데없이 ‘집게 손’이 흑마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통·식음료업계에서는 집게 손 이미지를 두고 이른바 ‘남성 혐오’(남혐) 논란이 거세졌다. 이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GS25의 캠핑 이벤트 이미지를 남혐 표현이라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남성 회원 비율이 높은 이른바 ‘남초’사이트인 에펨코리아·보배드림 등에서는 소시지를 집는 손 모양 그림이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한 마크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GS리테일은 일부 도안이 고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디자인을 수정했고 사과문도 올렸다. 몇 차례의 수정이 반복됐지만,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의혹은 가시질 않았다. 결국 GS리테일은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에게 징계를 내리고 마케팅팀장은 보직에서 해임했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물건을 집는 행위나 무엇을 가리키는 것은 일상적인 행동이다. 기업들은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그대로 중계하는 보도도 점차 늘었다.

의도 없는 이미지에 언론과 커뮤니티 이용자가 ‘남혐’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기업들을 몰아갔고, 소비자들을 의식하는 기업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채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불똥은 무신사, BBQ, 교촌치킨, 카카오뱅크 등 업계를 가리지 않고 튀었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에는 국립 전쟁기념관이 2013년 만든 무궁화 포토존까지 집게 손의 망령에 뒤덮였다. 공개 처형이 두려웠던 탓일까.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커뮤니티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전에 나서서 “우리가 집게 손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남혐 표현인 줄 몰랐다”고 나서서 자백했다.

여성에 대한 증오가 범죄로까지 나타나는 사회에서 ‘남혐’이라는 용어가 받아들여지고, 집게 손 하나에 의지해 기업들을 압박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래시(backlash)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래시는 성 평등에 대해 반발하는 공격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다수의 사람은 이 집게 손에 대해 알지도, 알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물며 알고 나서도 “저렇게까지 해석할 수 있는 건가”라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는 GS리테일을 제물로 삼아 언론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고 이후 상식 밖의 요구들마저 받아들여졌다. 즉 백래시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정치인들은 오히려 논란을 확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핫도그 구워서 손으로 집어 먹는 캠핑은 감성캠핑이 아니라 정신 나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선 사과했으면서 왜 이 사건에 대해선 아무 말 없냐는 내용의 글을 본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정치인조차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단순한 ‘성별 갈등’으로 치부해버렸다.

역사적으로 17세기 이후에는 마녀사냥이 잦아들었는데, 다양한 이유가 제기된다. 마녀사냥의 종식은 혼란했던 사회에 대한 중앙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시작됐다. 또 마녀로 간주되는 사람의 자백을 신뢰할 수 있는가, 고문에 의한 자백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면서 판사나 관리들은 마녀로 지목되는 자가 있어도 재판에 세우지 않거나 무죄판결을 내렸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는 21세기 마녀사냥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제 집게 손은 마녀사냥에서 ‘만능’이 됐다. 기업들이 커뮤니티의 몰아가기에 피해를 입는 상황도, 사냥당하지 않으려고 백래시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까봐도 우려스럽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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