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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리포트|늪에 빠진 실손보험②]전산화 시급한데 보험업계 vs 의료계 ‘샅바싸움’

보험업계 “소비자들 불편, 거스를 수 없는 책무”
의료계 “의료기관 서류전송 주체 되는 것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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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이 주최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입법공청회’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병욱 의원 유튜브 채널

우리나라 국민 약 39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가입자 편의성과 보험사의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전산화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의료계는 의료기관에 서류 전송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전재수,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입법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작년 한 해 보험사에 들어온 실손보험금 청구 건수는 1억626만건으로, 1건당 4장의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 진료내역서가 첨부된다면 4억2500만장의 종이류서가 들어오게 된다.

소비자들이 이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분주히 다니느라 번거로움 겪거나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며 “모든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참여하는 청구 전산화를 구현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청회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별도의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지난 2009년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추진됐으나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 속에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쟁점 사안이다.

박 부장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의 신속한 지급을 위해서 수많은 인력들이 막대한 종이서류를 하나하나 분류하고 전자계산기를 두들겨 가며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어 고통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4억장이 넘는 증빙서류를 직접 간호사나 원과 직원들, 진료하시는 분들이 발급하고 있어 행정비용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앞서 발제자인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계약 관계의 이행 주체는 보험사인데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계약자의 불편을 개선하는 것은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 이사는 또 “의료계는 법 개정 없이도 민간 핀테크사 등과 협의해서 청구 간소화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다 하라고 하면 기업들을 없어질 것이다. 오히려 이들 핀테크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소액 보험금 청구가 보험사에 누적되면 정작 큰 질병에 걸렸을 때 부담보가 돼서 고객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청구하고 싶은 않은 내역이 있는데 환자들이 이걸 다 빼는 것보다는 다 청구하게 될 것”이라며 “보험금 청구는 개인이 행사해야 하는 권리인데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의료계의 우려는 타당성과 명분이 약하고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것은 토론회에서 수차례 말씀드렸고 이미 검증됐다”며 “아직도 실손보험 가입자이면서 내원하는 환자를 의료기관과 무관하니까 보험사에서 알아서 하라는 관점에서 보는 듯 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근거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5건이 계류 중이다.

이들 개정안은 모두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이에 응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류 전송을 중개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는 심평원 또는 제3의 전문중계기관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법안을 발의한 여야와 정부는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병욱 의원은 “실손보험은 3900만명이라는 대다수가 가입한 보험임에도 절반 정도는 실제로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와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대서 양보하고 타협한다면 얼마든지 국민들을 위해 좋은 법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험업 발전, 국민건강 증진에 측면에서 상당히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더 이상 미루기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3900만명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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