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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서민정’ 자금줄 막혀 승계 재원 마련 시급

[유통가 상속자들-아모레]후계자 ‘서민정’ 자금줄 막혀 승계 재원 마련 시급

등록 2021.05.11 09:13

김다이

  기자

사드 사태이후 실적 추락세 지속 돌파구 시급국내 화장품 시장에서도 LG생건에 왕좌 뺏겨

후계자 ‘서민정’ 자금줄 막혀 승계 재원 마련 시급 기사의 사진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의 성공 뒤에는 서경배 회장이 있다. 서 회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하며 발로 뛴 결과 태평양화학을 8조 원 가치를 지닌 아모레퍼시픽그룹을 키워냈으며, 에어쿠션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국내 화장품 시작을 선도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한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서 회장은 올해 59세로 아직 승계를 논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장녀 서민정 씨가 일찌감치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순차적으로 후계자 양성에 필요한 단계를 밟아 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모레의 승계작업은 순탄치 않다. 5년 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기점으로 실적이 급하강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큰손 중국 고객이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실적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현재 아모레는 경영난을 겪으면서 승계 재원이 바닥난 상태다. 특히, 서민정 씨가 2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3사가 로드숍 업황 악화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승계 작업을 앞두고 있는 아모레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경배, 아모레 기업가치 10배로 껑충= 고(故)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의 어머니 윤독정 씨는 동백기름을 짜서 만든 머릿기름을 팔면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기름과 미안수, 크림, 백분 등 화장품을 팔던 윤 씨는 ‘창성상점’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서 창업주는 어머니로부터 화장품 제조법과 판매, 유통법까지 배웠고 창성상점을 ‘태평양상회’로 바꿔 기업으로 일궜다.

서 창업주는 슬하에 2남 4녀를 남겼다. 네 딸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두 아들은 1980년대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서 창업주는 태평양을 차남인 서경배 회장에게, 금융과 건설, 금속 등 그 외 계열사는 형인 서영배 회장에게 상속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전 태평양이 화장품을 제외한 부진 사업을 정리하게 되면서 서영배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태평양그룹은 1970~1980년대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해 위기에 봉착한 상태였다. 당시 태평양은 화장품 외에도 금융과 전자, 금속, 의류, 야구단, 농구단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1990년대 초에는 계열사가 25개에 달했다.

1993~1997년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을 지내던 서경배 회장은 선제적으로 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태평양그룹을 외환위기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서 회장은 그 공을 인정받아 1997년 그룹 모태인 태평양을 물려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앉게 된다.

서영배 회장이 이끄는 태평양개발은 자산 8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생인 서경배 회장은 1997년 매출 6462억 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을 취임 20년 만에 6조 기업으로 10배 가까이 키웠다.

이후 서 회장은 2002년 ‘아모레퍼시픽’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6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다. 서 회장의 능력으로 단일 기업을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으로 성장 시킨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자산 총액 8조90억원으로 재계 52위까지 올라섰다.

서경배 회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하며 한 달의 3분의 1은 현장에 출근하며 사업을 키웠다. 상품이 출시 되기 전 신제품을 직접 다 써볼 만큼 꼼꼼하게 제품을 만들었고, 직접 해외시장을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경영에 임했다. 그 결과 ▲마몽드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설화수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2008년에는 서 회장의 히트작인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탄생했다. 당시 에어쿠션은 화장품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며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아모레 후계자 ’서민정‘ 본격 경영수업=아모레퍼시픽그룹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는 2017년부터 그룹에 합류했다. 둘째 딸인 서호정 씨는 1995년생으로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언니 서민정 씨와 달리 계열사 지분 없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0.12%만 보유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서민정 씨가 후계자 물망에 올랐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서민정 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6년 7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 사원으로 입사해 오산공장에서 화장품 생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서경배 회장 역시 1980년대 첫 입사 당시 ‘품질 제일주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화장품 사업의 기본이 되는 생산부문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2017년 6월 퇴사하고 중국 명문 장강상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중국 2위 전자상거래기업인 징동닷컴에서 근무했다. 2019년 10월에 아모레퍼시픽으로 돌아와 국내 화장품 채널 조직인 뷰티영업전략팀에 합류했고, 최근 그룹 핵심 부서인 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됐다.

12세 때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증여받은 서민정 씨는 현재 자회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지분도 각각 18.18%와 19.52% 가지고 있으며, 에스쁘아 지분도 19.52% 보유 중이다. 현재 서 씨는 아모레G 지분 2.93%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서 씨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100억 원대로 20대 가운데 최고의 국내 주식 부자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혼약을 맺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도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 자사주 10만 주를 증여받았다. 차녀 서호정 씨 역시 같은 날 10만 주를 받게 됐는데 이는 약 63억 원 수준이다. 서 회장은 편법 증여로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서민정 씨가 아닌 남편 홍 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 3세 경영 ‘승계 자금 마련’ 비상=서민정 씨는 서경배 회장에 이어 그룹 2대 주주다. 그러나 서 씨의 지분율은 2.93%로 아직 승계를 거론하기엔 미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서씨가 각각 2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에스쁘아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비상장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넘으면 사익편취로 본다.

그러나 서민정 3사로 불리는 이들 계열사는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몰락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승계 자금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016년 7월 중국의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 실적은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로드숍 브랜드의 큰 축이었던 이니스프리도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경쟁력을 잃고 있다. 에뛰드는 지난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졌으며, 에스쁘아는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부진 실적에도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2억 원의 중간 배당을 시행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18.2%의 지분을 보유한 서민정 씨는 182억 원을 수령했는데, 이는 승계 재원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후 이니스프리는 물론 작년 지주사에서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에뛰드는 2018년부터 배당을 하지 못했으며, 급감한 그룹 실적으로 주력 계열사에서도 대규모 배당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모레가 3세 경영체제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배당이나 상장, 매각 등을 통해 1조 원에 가까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정 씨는 승계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로드숍 3사를 잘 키워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꿈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로선 그룹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재정비하지 못하면 원활한 승계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는 오설록과 올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실적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작년부터 국내외 직영점은 매장 폐쇄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온라인 매출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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