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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인에 감정 섞은 은성수 위원장

오피니언 기자수첩

[고병훈의 턴어라운드]코인에 감정 섞은 은성수 위원장

등록 2021.04.27 15:05

고병훈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은 위원장의 초강경 발언 이후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4000만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대다수의 가상자산 가치가 폭락했다.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광풍이 처음 불었던 2018년 1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박상기의 난’을 떠올리고 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자산 열풍에 대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가 한 곳도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여 개 있지만 9월에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날 은 위원장의 발언 중 정작 문제가 된 말은 따로 있다. 은 위원장은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며 최근 가상자산 투자에 나선 2030세대를 훈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발언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는 순식간에 ‘분노’로 바꼈다. 은 위원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상자산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장해 13만명(27일 오후 2시 기준) 이상의 동의를 얻을 만큼 성난 민심이 폭발했다.

정치권에서도 은 위원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991년생 초선 비례대표인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청년들에게 잘못 됐니 아니니를 따지시는 거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은 위원장의 ‘꼰대 발언’이 더욱 질타를 받는 이유도 금융위원장이라는 그의 위치와 영향력에 걸맞지 않은 감정 섞인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등은 “비트코인은 금의 대체재일지언정, 달러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며 우려 섞인 견해를 밝혔다.

은 위원장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 자산은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크다”며 “다른 나라도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과 비교해보면 은 위원장의 ‘잘못된 길’, ‘어른들이 가르쳐야 된다’는 등의 발언이 얼마나 경솔하고 불필요한 언사였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또 올해 1분기에만 무려 250만명이 신규로 가상자산에 뛰어든 상황에서 부처간 협의도 없이 ‘거래소 폐쇄’를 운운한 점도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만약 은 위원장이 2030세대를 바른길로 이끌 어른인 척 하고 싶었다면, 그들에게 훈계를 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청년들이 왜 ‘보호할 수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되는 게 아닐까.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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