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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손들 위해서라도 폐기해야”···도시재생 1호 창신동 민낯

부동산 부동산일반

[인터뷰]“후손들 위해서라도 폐기해야”···도시재생 1호 창신동 민낯

등록 2021.04.19 15:31

김소윤

  기자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민낯 파헤쳐보니7년 간 천억 넘게 쏟아도 여전히 60년대 분위기마을버스 못 지나가는 좁은길, 불편함 호소에도박물관·전망대 짓기만 열중, 전형적 ‘보여주기식’ 도시재생 주체가 주민이 아냐···“주객전도 됐다”공공재개발 반대하는 주민들조차 “도시재생 아웃돼야”

“후손들 위해서라도 폐기해야”···도시재생 1호 창신동 민낯 기사의 사진

“골목마다 페인트칠 한다고 해서 그리스의 산토리니 느낌이 나나요?”, “기자님이라면 여기서 살고 싶겠어요?”

서울의 심장인 종로구에는 여전히 60~70년대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지역이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 지은 지 수십 년은 되 보이는 노후 주택, 무엇보다 마을버스 한 대도 못 지나가는 좁을 길 때문에 이 곳 주민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치 동남아지역을 연상케 했다. 이 지역은 바로 종로구에서 가장 낙후된 주거지로 꼽히는 창신동 일대다.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이 처음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던 지역이 이 곳 창신동이지만, 7년이 흘렀어도 도시재생 효과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민들 역시 전혀 체감을 못 하는 분위기다. 이미 도시재생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집단행동까지 나선 이가 있었다. 바로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이자 도시재생해제연대인 강대선 위원장이었다.

◆“주민 참여 없던 도시재생에 당했다”···사기극이라 주장하는 창신동 = 17일 뉴스웨이 본지는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소에서 강대선 위원장을 만나 “창신동 주민은 도시재생에 당했다. 창신동의 도시재생은 서울시와 도시재생에 찬성했던 일부 재개발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사기극이었다”이라고 주장했다.

창신동은 지난 2007년 뉴타운 사업이 예정됐으나 2013년 박원순 전 시장의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직권해제돼 재개발이 무산된 지역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도시재생 사업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곳이기도 하다. 심각한 점은 당시 뉴타운 해제에 찬성했던 주민들은 극히 일부(3만1000명 중 372명, 12%에 불과)였을 뿐만 아니라, 뉴타운 대신에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던 7년 간의 세월 동안 주민들이 가장 원했던 도로를 현재까지도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대선 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도시재생정책을 처음 들고 나왔을 당시에는 도로라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이 곳 창신동 주민들은 도로를 확장해 주는 것을 가장 많이 원하고 있다”라며 “당시 모든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주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하자, 그제서야 박 전 시장은 도시재생정책에 도로라는 개념을 끼워 맞췄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공청회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대책위가 나서며 도로를 만들어주게 된다면 도시재생사업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 결국 유사한 형태의 재개발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더라. 결국 이들이 난동부리는 바람에 공청회는 제대로 진행조차 못했다”라며 “당시 주민들은 뉴타운이 엎어지면서 실망을 많이 한 상황이었는데, 서울시에서 도로 만들어준다고 하니깐 그나마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일부 반대하는 세력들 때문에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1차 공청회는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쳐도 창신동 주민들에게 약속한 사항(도로)이 있었던 만큼 2, 3차 공청회라도 열였어야 했는데 서울시가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앞서 말했다시피 뉴타운도 해제됐고 도시재생으로 지정되냐 안되냐의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서울시가 주민 의견을 여느 때보다 수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가 5개월 후에 숭인동에다 도시재생지원센터 개소하더라. 도로는 빠지고 대신 마을공동체회복, 일자리 창출,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 추진한다고 하더라. 이때 주민들의 참여는 없었다. 1차 공청회를 망쳤던 재개발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과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만 사진 찍고 축하해주고 그러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결론적으론 창신동 주민들은 서울시 공무원과 일부 사람들에게 속았다. 철저하게 속았다”라며 “도시재생사업은 결국 그들만의 잔치였다”라고 한탄했다.



◆1000억 넘게 쏟았다는데 티 하나도 안 나, 박물관 등 과시용 정책만 = 출발부터 삐걱댔다는 창신동의 도시재생사업. 서울시에서는 창신·숭인동을 두고 박원순 전 시장이 처음으로 추진한 곳인데다가 1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부은 만큼, 나름 성공한 도시재생지역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실제 서울도시재생포털 사이트에서도 “창신·숭인 지역에 12개 마중물 사업과 중앙부처 협력 사업 등 25개 재생 사업 중 주요 핵심 시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기념관, 봉제역사관, 산마루놀이터, 주민이용시설 등이 개관 후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본지가 직접 창신동에 방문했을 때, 서울시가 자랑했던 기념관, 박물관 등에는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심지어 창신동에 거주하는 주민 대다수는 어디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는지조차 몰랐다. 이 중 산마루놀이터는 코로나라는 이유로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등 운영조차 하질 않았다.

강 위원장은 “주민들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오로지 관광객들을 위한 조형물들뿐.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물론 나쁜 시설은 아니다. 그런데 먼저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인지 따져봐야 한다. 모든 사업에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도시재생사업 주체가 된 서울시가 대외 홍보를 우선시하다 보니 주민들 생활과 동떨어지고 눈에 띄는 것부터 먼저 지었다”라고 한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도시재생 주체가 주민들이 아닌 서울시로 바뀌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서울시는 진짜 주체인 주민들을 빼놓고 도시재생사업을 이끌었다. 생업으로 바빴던 주민들은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점은 이 곳에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지원금(1000억원대)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단순히 창신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도시재생지역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금이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온 국민들이 자각해야한다”라고 토로했다.

심각한 점은 1000억원이 넘은 혈세를 쏟았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강 위원장은 “도시재생 시작한 지 7년이 흘렀어도 그대로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 것 치고는 너무 변화가 없다. 즉 혈세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이 자금이 어떻게 창신동을 변화시켰는지 전혀 체감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서울시에 방문해서 창신동에 도시재생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쓰이고 있는지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그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 내가 이 곳 주민이고 당연히 알 권리라고 몇 번이나 찾아가서 요청했더니 그제서야 겨우겨우 요청을 들어주더라”라고 밝혔다. 예산 내역서를 받아본 강 위원장은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라며 “특히 얼마나 대단한 공공도서관을 짓길래 10년이나 걸리고(사업기간 2013년~2022년) 그 금액이 300억원이 넘냐. 요즘 대형 아파트도 3년이면 짓는다. 도시재생게이트가 있다는 것에 의심치 않을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창신동의 한 주민도 “도시재생 자금이 투명하게 쓰여진다면 모를까, 현재 이 곳 주민들도 도시재생자금의 3분의 2는 (일부 공무원들의) 사리사욕에 쓰여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라고 마찬가지로 비난했다.

◆‘족쇄’가 된 도시재생, 출구전략도 막혔다···집단행동하며 지정 해제 요구 = 애당초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지지 않았고, 또 7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주민들이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도시재생사업. 지정 해제 등 출구 전략이 있었냐는 질문에 강 위원장은 “있기는 있다”라며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그 이유가 “물론 지정 해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해제하려면 4가지 조건이 있더라. 그 조건들은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는 등 간단한 절차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지역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창신동 하나 지역의 사업계획서 비용은 5억원이었다. 그 부담을 주민보고 하라는 얘기다. 가까스로 5억원 이상의 사업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다고 해도 지정 해제가 될까 말까다. 이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한 마디로 도시재생 지정을 해제시키기 위한 출구 전략이 없다. (출구 전략이) 뉴타운 해제에는 잘만 있었는데, 이 도시재생 정책에는 (해제할 방법이) 없더라”라고 비난했다.

현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된 창신동 등 12개 지역의 대표들은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에게 지정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재개발 절차 간소화와 함께 도시재생사업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창신동, 서계동 등 도시재생지역들은 공공재개발을 신청했으나, 서울시에서 불가 통보를 내렸다. 강 위원장은 “창신동은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으로, 서울시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더욱이 현재 창신동 공공재개발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조차 “도시재생사업은 쓸모가 없다”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중에서는 “도시재생의 실직적인 수혜자 몇 사람이 주거환경 개선을 핑계 삼아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 사업을 유지하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도시재생이 진행되면 될수록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 등 슬럼화가 되고 있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창신·숭인지역 인구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된 2014년 3만4294명이었던 창신·숭인지역(창신1·2·3동 및 숭인1동 기준)의 인구는 작년에 2만9858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재생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켜 떠나고 싶은 마을을 살고 싶은 마을로 바꾸겠다던 정부의 당초 계획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강 위원장은 “슬럼화를 보존하는 게 과연 도시재생인지 되묻고 있다. 또 굳이 주민 의견 무시하며 도시재생을 강행하는 서울시에게도 이 곳에 살고 싶은지 되묻고 싶다. 물론 한옥마을 등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은 재생을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은 아니다”라며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정책은 미래 후손들 위해서라도 반드시 없어져야할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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