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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카뱅·케뱅에 위기감···금융지주 “우리도 인터넷銀 할까”

금융 은행

[NW리포트|인터넷은행 전쟁]카뱅·케뱅에 위기감···금융지주 “우리도 인터넷銀 할까”

등록 2021.04.19 09:01

수정 2021.04.19 09:28

주현철

  기자

금융지주, 디지털 비대면 시대 경쟁 뒤쳐져KB·신한·하나·우리銀 등 “허가 나면 설립”인터넷은행업계 “논의 시작 안돼···지켜봐야”“설립 명분 없다” vs “금융 혁신” 시각 공존

#.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은 A씨는 이전과 다른 설명을 들었다. 상품 가입을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투자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려 2시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B씨는 모바일을 통해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을 30분만에 100% 비대면으로 아담대 상품을 가입했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금융시장에 빠른 속도로 진출하면서 디지털 강화를 앞세운 국내 금융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시행되자 기존 인터넷은행에 맞서기 위해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은행을 직접 세우는 형태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허가를 내주면 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올해 7월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에 주주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은행을 100% 소유해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들의 인터넷은행 설립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DGB 등 지방은행들도 금융당국의 허가가 난다면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뱅·케뱅에 위기감···금융지주 “우리도 인터넷銀 할까” 기사의 사진

인터넷은행 군불 때는 금융지주에 인뱅업계 ‘촉각’

이미 국내 은행권을 대부분 잠식하고 있는 대형 금융지주들이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는 경쟁력 강화 때문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같은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시중은행을 추월했다. 점포 없이 운영하는 인터넷은행과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한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 점포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중·특수·국책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6405개로, 1년 전보다 304개 감소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줄어든 점포 수가 23개, 2019년 57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4대 은행에서만 2019년 말 기준 점포 수(3525개)의 약 7% 수준인 236개의 점포를 없앴다. 국민은행 83개, 하나은행 74개, 우리은행 58개, 신한은행이 21개를 각각 줄였다.

반면에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생산성 개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2019년(137억원)의 8배에 달하는 113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은행의 대표적 생산성 지표인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 기준으로는 2억3400만원을 기록하며 하나은행(2억5000만원)에 이은 은행권 2위에 올랐다. 신한은행(2억1900만원), 국민은행(2억800만원), 농협은행(1억8800만원), 우리은행(1억5300만원) 등을 앞섰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무점포 모델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비대면 시대를 맞은 시중은행들의 위기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은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금융의 판도를 바꿔놓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규제 환경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벌어질 수 없고, 금융 소비자들의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

비대면 영업이 확산될수록 몸집이 가벼운 인터넷은행의 성장세가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들이 감독당국에 인터넷전문은행 허용을 건의하는 것도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은행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결정된 부분이 없어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지주사, 은행-인뱅 모두 소유시 ‘역차별’ 논란도

현재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데 법적인 제약은 없다. 인터넷은행 운영의 근거가 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은행의 지분을 일정 이상 보유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법일 뿐 무조건 ICT기업만이 인터넷은행을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쟁도 평가’에서 은행업 경쟁도가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야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허가가 가능하다. 또 금융당국이 인허가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제시할 지도 애매하다. 비슷한 조건 속에서 특정 금융지주사에게만 인허가를 내 줄 경우 차별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아울러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설립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대기업 대출도 제한된다. 그런데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일반 은행과 인터넷은행을 모두 운영하게 되고, 기존 인터넷은행에 제한해 온 영업적 한계도 벗어나게 된다.

현재 인터넷은행특별법은 정보기술(IT) 비금융주력자만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 취지가 비금융주력자의 혁신금융 진입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카카오, KT, 토스 등 ICT기업의 주도로 만들어진 인터넷은행과 달리 금융지주발 인터넷은행은 금융업을 영위하며 쌓인 데이터와 노하우로 바탕으로 이커머스 등 다른 산업 영역을 끌어들여 새로운 금융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출범해도 치킨게임···‘차별성’ 없으면 공멸

카뱅·케뱅에 위기감···금융지주 “우리도 인터넷銀 할까” 기사의 사진

만일 대형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다고 하더라도 기존 인터넷은행과의 차별화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뚜렷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칫 차별성 없는 경쟁만이 이어진다면 이는 은행권 전체의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은행이 주요 계열사인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은행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자체적인 디지털 전환으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각 은행은 자체 앱을 만들기 위해 시도 중인데 뚜렷한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하게되면 금융권 ‘메기효과’라는 인터넷은행 태생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주가 가지고 있는 시중은행의 업무와도 접점이 많고 큰 차별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수신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케이뱅크 총수신 증가율은 2019년 말 2조2845억원에서 2020년 말 3조7453억원으로 63.9%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수신 잔액이 약 23조54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의 고객이 되는 첫 단계가 입출금통장 개설이기 때문에 입출금을 비롯한 예·적금 등 수신 잔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은행의 이용고객 증가와 직결된다.

기존 인터넷은행의 성공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존 금융과는 다른 혁신 아이디어를 선보인 결과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다면 결국 영업범위가 제한된 인터넷은행 간 경쟁이 심화돼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은행 간 경쟁제한이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이 등장한 미국 사례만 보더라도 첫 인터넷전문은행 탄생 후 20년 동안 40여개의 인터넷은행이 설립됐다가 그 중 3분의 1 가량이 퇴출됐다. 퇴출은행들은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단 공통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JP모건은 인터넷은행 핀(Finn)을 출범했지만 1년 만에 서비스를 끝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도 보(Bo)를 출시했다가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기존 은행과 상품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하지 못했고,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게 공통된 실패 요인이다.

아울러 지주 내부에 인터넷은행 자회사가 설립되면 다른 인터넷은행은 물론 계열 은행과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되면 은행들이 자체 앱 개선에 몰두하고 있어 중복 투자도 문제가 된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플랫폼 금융의 일환으로 앱 진화에 목을 메고 있다.

더군다나 아직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곳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곳뿐인 데다, 제대로 자리잡은 곳은 카카오뱅크 뿐이라 사업 성공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케이뱅크의 경우 한동안 증자 문제로 골치를 앓았고,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도 흑자를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지주 계열 인터넷은행이 뛰어들면 과잉경쟁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은행 노조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점포 축소, 희망퇴직 연령 하향조정 등 효율성 제고 작업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기존에 있는 은행과 겹치는 업무가 많아 영역이 모호해질 수 있는만큼 제살깎기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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