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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스토리뉴스 #더]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등록 2021.03.11 14:44

수정 2021.03.11 15:37

박정아

  기자

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기사의 사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며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던 지난해 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로 코스피를 방어하는 일명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졌다. 이익이 최우선인 자본시장에서 애국을 앞세운 투자가 연출한 진풍경이었다.

그 후 국내 증시에서 전에 없던 투자 열풍을 이끈 중심에는 다름 아닌 ‘MZ세대’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인 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말로, 이전까지는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젊은 세대가 새로운 투자 흐름을 만들어내며 경제 주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동학개미운동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투자 외에 소비‧직장 등 다른 경제 활동에서도 이들 세대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듯하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들의 특징적인 모습을 살펴봤다.

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기사의 사진

최근 국내 주요 기업에서는 성과급을 두고 직원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와 몸살을 앓았다.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각 기업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며 사태를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렇듯 많은 기업에서 대화의 장이 열리도록 이끈 움직임에도 MZ세대가 중심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세대보다 공정과 평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MZ세대의 특징이 성과급 논란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기사의 사진

세상에 소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MZ세대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또 참여한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는 한 치킨집 점주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형제를 도운 미담이 알려졌다. 감염증 확산으로 외식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선행을 베푼 점주에게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자며 치킨 주문을 이어갔다. 결국 점주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품질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잠시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소비를 통해 자신만의 신념을 표출하는 것을 ‘미닝아웃(Meaning out)’, 우리말로 소신 소비라고 한다. 이는 착한 가게에 돈쭐을 내는 문화의 배경이자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여기에 동참한 이들 모두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는 소비로 소신을 적극 드러내는 MZ세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기사의 사진

그런가하면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면에서도 돋보이는 점이 있다. 코로나 이후 계속된 거리두기로 대부분 유통업계는 기나긴 침체기를 지나는 중이다. 하지만 그중에도 몰려드는 인파로 불황을 잊은 몇 개의 분야가 있는데, 백화점 명품계가 딱 그렇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다음 내용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의 명품 매출 비중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 비중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중이다. 백화점 명품업계의 큰손 자리를 점차 MZ세대가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9년 11월 발표한 ‘패션 명품 브랜드 인식 및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15~34세로 구성된 전체 응답자 중 41.4%가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또 이들의 다수는 명품 구매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76.6%)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 전국 17개 시도 거주 만 15~34세 중 6개월 내 패션 제품 구매 경험자 500명 대상 조사

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기사의 사진

어떤 이들은 요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소비를 즐기기도 한다. 취향기반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중 MZ세대(80년대생~2004년생 기준)의 비중은 무려 84%에 달했다. 또 금액과 건수로도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이들 세대의 소비활동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이 강하게 반영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스스로 가치 있다 생각하는 물건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격과 만족도를 꼼꼼히 살펴 구매하는 합리성도 놓치지 않는다.

이들에게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인 ‘N포세대’나 최근 투자 열풍과 함께 지겹도록 언급된 ‘영끌’, ‘빚투’ 같은 말들도 이러한 특성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착한 기업 ‘돈쭐’내는 백화점 명품 큰손들 기사의 사진

일부에서는 소위 ‘요즘 애들’로 불리는 MZ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개인의 가치 추구와 소신 표출에 적극적인 탓에 조직 사회에서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조직 적응력이 낮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보이는 이들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얽매인 우리 사회가 그들이 주류가 되어 이끄는 새로운 흐름에서 한참이나 뒤쳐진 상태인 것은 아닐까?

조금은 유별나지만 특별한 MZ세대. 물론 지금까지 살펴본 특징들은 이들 세대를 드러내는 일부일 뿐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개성과 선한 의지로 가득 찬 곳이길, MZ세대가 추구하는 긍정의 가치들과 많이 닮은 곳이길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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