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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막내딸 고 허지영씨 이름 딴 장학재단 설립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막내딸 고 허지영씨 이름 딴 장학재단 설립

등록 2020.08.14 15:22

수정 2020.08.14 16:50

이세정

  기자

허 회장, 고인된 딸 지분으로 공익재단 설립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한 경영인으로 평가주식 5%까지 세금 면제···허 사장 승계 도움이사회 구성진도 허 회장 일가와 긴밀한 관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올 초 세상을 떠난 막내딸 고(故) 허지영씨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세웠다. 허 회장은 딸이 사망하면서 넘긴 ㈜GS 주식을 장학재단에 증여했다.

평소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적 신분이 높을수록 도덕적 책임을 다함)를 실천해 온 허 회장이지만, 이번 재단 설립은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경영승계 작업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13일 재단법인 허지영장학재단에 ㈜GS 주식 6만주를 증여했다. 지분율로는 0.06%에 해당한다.

허지영장학재단은 지난 3일 설립됐다. 인재 발굴·육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이 주요 사업인 이 재단의 자산은 총 108억원 규모다.

투병 생활을 하다 고인이 된 허씨는 허 회장의 2남1녀 중 막내다. 큰 오빠인 허세홍 사장과 둘째 오빠 허자홍 에이치플러스에코 대표이사와는 달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남편은 이병무 아세아그룹 회장 차남인 이인범 아세아제지 사장이다.

허씨 사망 후 그가 보유하던 ㈜GS 지분 0.06%(5만8910주)는 지난 7월 부친에게 상속됐다. 허 회장은 딸에게 받은 주식으로 재단을 설립한 셈이다.

허 회장은 그동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는 경영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허 회장은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06년 회사가 전액 지원한 GS칼텍스재단을 세웠다. 이 재단은 지역상생을 위한 공익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2015년에는 사회복지법인 동행복지재단를 설립했다. 동행복지재단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직계 3세인 허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삼형제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 자립과 자활을 돕고 있다.

허 회장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기도 했다.

허 회장이 장학재단을 설립한 이유는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추모하는 동시에, 비교적 미진하던 장학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고 허준구 일가가 만든 GS그룹 소속 남촌재단이 장학 관련 사업을 일부 실시하고 있지만, 의료와 문화 및 복지, 학술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장학 사업 집중도는 높지 않다.

재계 안팎에서는 허지영장학재단이 의도하지 않아도 허세홍 사장의 든든한 승계 백기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행 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또는 출자총액에 대해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는 ‘5% 룰’을 적용받는다. 5% 미만까지는 주식 증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받는 것은 ‘기부’이기 때문에 세금이 면제된다.

허 회장이 증여한 주식 6만주를 전날 종가 3만5850원으로 계산하면 약 22억원 가량이다. 단순 증여일 경우 부과될 세금 7억2000억원을 내지 않았다. 허 회장이 보유한 ㈜GS 지분율은 1.72%(162만5630주)로, 이를 전부 재단에 넘기더라도 3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보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5% 룰 적용 대상도 아니다.

이 때문에 허지영장학재단이 보유한 지분은 허세홍 사장 우군으로 잠정 분류된다. 허세홍 사장은 부친 지분을 우회 증여로 납세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단 이사회 면면을 살펴봐도 허세홍 사장에게 유리하다. 이사진은 허 회장을 비롯해 박신광 한미석유 회장과 박문규 에이제이 회장, 박창일 전 연세세브란스 병원장, 장진구 전 한영회계법인 부회장 총 5명이다. 이들 모두 허 회장뿐 아니라 허정구 일가와 깊은 인연이 있다.

박신광 회장이 최대주주인 한미석유는 GS칼텍스가 생산하는 유류제품을 판매한다. 박 회장 아들 박재형씨는 2005년과 2009년 허세홍 사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땅을 매입할 만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

박문규 회장은 미창과 엠씨타운 최대주주와 피엠케이 대표이사 등을 지녔고 전주방송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물티슈 전문업체 에이제이 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한국피혁조합 이사를 맡으며 허정구가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일 전 병원장은 박 회장과 연세대학교 동문이다. 허 회장은 연세대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또 박 전 병원장은 남촌재단 초대 이사로 참여했다.

정진구 전 부회장은 허 회장이 창립을 주도한 GS칼텍스재단 이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1998년까지는 삼양통상 대표이사로 역임하며 허정구 명예회장 측근으로도 불렸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남촌재단은 일찌감치 허윤홍 GS건설 사장의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춘재단은 GS건설 주식 1.46%를 보유하고 있다.

GS건설 최대주주인 허창수 회장(8.99%)와 허윤홍 사장(0.24%)까지 더하면 10.69%다. 허창수 회장은 남춘재단에 최대 5%까지 지분을 넘길 수 있고, 허윤홍 사장은 증여세 부담 없이 수월하게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허세홍 사장은 오너 4세들 중 가장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며 “허 회장이 딸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재단이지만, 향후 허세홍 사장 승계 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동행복지재단이 보유한 ㈜GS 주식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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