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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중의 1급’ 기재부 예산실장···16년만에 호남 출신 나왔다

‘1급 중의 1급’ 기재부 예산실장···16년만에 호남 출신 나왔다

등록 2020.05.12 16:56

수정 2020.05.12 17:00

주혜린

  기자

기재부, 11일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 임명장병완 민생당 의원 이후 호남 출신 처음예산실장, 장관들도 눈치 본다는 ‘EPB의 꽃’

안도걸 신임 예산실장안도걸 신임 예산실장

기획재정부에 16년 만에 호남 출신 예산실장이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해 500조원을 넘는 나랏돈을 주무르는 기재부 예산실장은 공무원 사회에서는 ‘1급 중의 1급’으로 유명하다.

기재부는 11일 ‘예산실의 꽃’으로 불리는 예산실장에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안 실장은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안 실장은 행시 33회로 기획예산처 교육정보예산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예산제도과, 기재부 복지예산과장,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복지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등을 역임한 이른바 ‘예산통’이다.

안 신임 예산실장은 전남 화순 출생으로 2008년 기획예산처가 현재의 기재부로 바뀐 이후 첫 호남출신 예산실장이다. 호남 출신 예산실장은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이 임명된 2004년이 마지막이다.

정부 부처 중 장·차관을 제외하면 가장 영향력 있는 1급 직책이 바로 기재부 예산실장이다. 한 해 510조원이 넘는 중앙정부 예산을 직접 주무르기 때문이다.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사업 예산에서 결정되는 일이 수두룩하다. 예산실 보직 국장은 각 부처의 차관과 동급이고 예산실장은 부처 장관보다 힘이 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예산실장과 예산총괄심의관 직위는 PK, TK 등 영남과 충청 출신이 번갈아 자리를 맡았다. 예산총괄심의관은 예산실장을 거쳐 2차관에 오르는 것이 인사 관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 정권에서는 영남, 충청 이외 지역 출신들이 예산당국 최고위급에 오를 기회는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보수 정부 집권 9년 동안 비(非)영남·충청 출신이 예산실장, 2차관에 오른 사례는 경기도 수원 출신 방문규 전 2차관(현 수출입은행장)이 유일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등 진보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들이 득세했다. 고(故)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예산총괄심의관을 역임한 뒤 2002년 2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예산실장을 맡았다.

임 전 장관의 후임은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2004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예산실장을 맡았다. 호남 출신이 예산실장을 연이어 두 번 맡은 것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TK출신 구윤철 2차관이 첫 번째 예산실장을 역임한 뒤 PK출신 안일환 예산실장이 역임했다. 안 실장이 유력한 차기 예산실장 후보인 예산총괄심의관에 부임할 당시 임상규 전 장관 이후 19년 만에 호남 출신 예산총괄심의관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역대 예산실장 가운데 대다수는 다른 부처의 차관급 자리를 꿰차고 나갔고 그 중 상당수는 장관자리에까지 올랐다. 경제 관료로서 출세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기획예산처가 다른 부처로부터 ‘장.차관 사관학교’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예산실장 출신 고위 관료의 대명사는 박정희 정부 때 경제 개발의 초석을 닦은 김학렬 전 경제부총리다. 그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포항종합제철 건설,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도 예산실장 출신 파워 엘리트로 유명하다. 1992년 4월부터 2년여간 예산실장을 맡은 뒤 경제기획원 차관 등을 거쳐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2002년 2월부터 2년간 예산실장을 맡은 고(故)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은 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용걸 전 예산실장은 기재부 2차관, 국방부 차관 등을 거쳤다.

예산실장은 옛 경제기획원(EPB) 라인의 영원한 꽃으로 손꼽히고, 역대 예산실장들이 정부 내에서뿐 아니라 정계와 재계에서 ‘파워 엘리트’로 자리잡고 있다. EPB는 ‘모피아’(옛 재무부) 라인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이끌어 가는 양대 산맥이다.

부처 장관들조차 기재부 예산실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이 근거없는 과장만은 아니다. 각 지자체는 자기 지역 출신 예산실 간부들이 어느 보직에 배치되는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안 실장 외에 예산실 후속 인사도 마무리됐다. 예산실장으로 가는 관문인 예산총괄심의관에는 행시 34회인 최상대(경북 포항) 사회예산심의관이 이동했다. 안일환 2차관(경남 밀양)-안 실장(전남 화순) 체제와 함께 전체적인 나라살림의 틀을 짜고 배분하는 총괄 국장까지 영남과 호남 등 지역별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행시 36회인 김완섭(강원 원주) 부총리 비서실장은 사회예산심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훈(행시 36회) 경제예산심의관(전북 정읍), 이용재(행시 35회) 복지안전예산심의관(충북 충주), 김경희(행시 37회) 행정국방예산심의관(경남 통영) 등 예산실 전반적으로 지역 안배가 이뤄졌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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