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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昇華) ④자아실현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승화(昇華) ④자아실현

등록 2019.07.22 10:20

수정 2019.07.25 12:38

승화(昇華) ④자아실현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네 번째 글의 주제는 자아실현(自我實現)이다.


자아실현(自我實現)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

요즘 나를 정신 바싹 차리게 해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광주에서 진행 중인 2019년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경기들이다. 수영선수들은 자신이 일생동안 닦은 기량을 그들의 전진을 저항하는 물속에서 발휘한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풀장인 ‘경영 풀’은 세로가 50m, 가로 25cm, 그리고 수심이 3m다. 인위적으로 움푹 파인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물을 넣었다. 선수들은 출발선상에 올려 있는 디딤판 위에 올라가, 출발신호를 기다린다. 그 누구도 이 신호 전에 물속으로 먼저 들어가면, 실격이다.

그들 뒤에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시하는 검은 옷을 입은 심판관이 있다. 공정公正은, 경기에서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라인 안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그(녀)가 실수로 혹은 고의로 옆 라인에서 수영하고 있는 선수의 진로를 방해한다면, 그는 실격失格이다. 그는 출발선을 떠난 후, 전환점轉換點을 손이나 발로 만진 후에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수영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두 가지를 성취해야한다. 첫 번째, 선수는 그가 공식경기에서 성취한 과거기록을 갱신更新해야한다. 자신의 기록을 능가하지 않고는 메달을 획득할 수 없다. 두 번째, 선수는 자신의 옆 라인에서 경쟁하고 있는 동료 선수들과 경쟁競爭하여, 이겨야한다. 자기기록 갱신과 타인기록 능가는 둘이면서 하나다. 자기기록 갱신의 경쟁자는 자신自身이고 타인기록 능가의 경쟁자는 타인他人이다. 금메달을 획득하는 세계적인 선수는 대개 자신이 과거의 기록과 경쟁한다. 그가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홀로 고된 훈련을 견뎠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쪼온 폴리티콘’zoon politikōn, 즉 ‘도시 안에서 거주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도시가 상징하는 문명은 타인과의 교류위에 만들어진다. 우리는 남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존재가치가 확인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두려워한다. 사회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수용소’라는 별도의 공간에 감금한다. 그들 가운데, 다른 수용자들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는 특별 관리대상이다. 그는 독방獨房에 감금된다. 인간이 ‘혼자’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반사회적이며 반인륜적이다. 우리는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자신의 역할로 여긴다. 사회는 그를 보호하고 그는 사회에 충성을 맹세한다. 사회가 옳다고 판단한 것이 곧 도덕이며 법이고, 사회가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범죄다. 인류는 그런 위험한 인물들을 추방, 유배, 감금, 그리고 처형을 통해 제어해왔다.

고독孤獨과 불복종不服從은 반사회적인 가치로 최근까지 금기였다. 특히 SNS가 발달한 현대문명은 자신의 혈연과 지연을 넘어선 타자와의 연결망 안에서 개인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인간은 점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것처럼, 개인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타인들이 정의한 ‘일원一員’이다. 나는 그들에 부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사회적 가면假面’을 쓴다. 그들이 부여한 배역을 나라고 착각한다. ‘그런 나’는 나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나는 더 나아가 ‘내가 흠모하는 나’이며, 아직은 발굴되지 않았지만, 나의 최선最善이고 싶다. 누구나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양이 달라 저마다 아름답듯이, 그 개인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잠재력을 자신의 삶을 통해 완벽하게 실현해야한다. 이 잠재적인 나를, 종교나 사상에서는 거듭난 나, 무아, 진아, 신, 이데아, 초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미국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1908-1970년)는, 인간은 ‘자신이 스스로 발견한 긍정적인 최선’이라고 주장하였다. 20세기 위대한 심리학자들, 프로이트, 융, 그리고 아들러는 모두 인간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부정적인 자아에 집중하였다. 매슬로는 이들이 말하는 수동적이며 부정적인 정신질환이나 무의식에서 탈피하여,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집중하였다. 그는 인간을 마음의 병이나 진부로부터 탈출시킨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힘을 ‘자아실현自我實現’이라고 불렀다.

현대인들은 ‘자아실현’을 거부하고 사회가 부여한 일을,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라인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반복하는 기능공처럼 반복한다. 매슬로는 이런 현대인들의 심리를 ‘요나 콤플렉스’The Jonah complex라고 불렀다. 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 요나의 모습을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다. 요나는 보통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예언자다. 어느 날 신이 느닷없이 등장하여 그에게 아시리아 제국의 멸망을 막기 위해,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로 가서, 그들을 회개시키라고 명령한다. 요나가 니네베로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많다. 그는 예언자로서 이스라엘 안에서도 할 일이 많았다. 더욱이 니네베는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원수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매슬로는 현대인은 ‘요나 콤플렉스’ 환자로, 인간은 모두 자신의 잠재성을 확인하기 두려워하고 회피한다고 주장하였다.

‘자아실현’은, 매슬로가 제안한 인간욕구 5단계의 최상위다. 첫 다섯 단계는 동물로서 인간이라면 충족시켜야할 기본적인 욕구다. 생존이 필한 의식주를 충족시키려는 생리적 욕구다. 인간이 의식주가 충족되면, 심리적인 안정을 원한다. 두 번째에서 네 번째가 심리적인 만족을 위한 욕구들이다. 두 번째 단계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안전에 대한 욕구, 세 번째 단계는, 주위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 애정에 대한 욕구다. 더 나아가 인간은 주위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어 한다.

존경이 네 번 째 단계다. 육체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자아, 자기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다섯 번째 단계 ‘자아실현自我實現’의 단계로 들어간다. 자아실현이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몰입하여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되는 것이다. 구두 수선공은 구두를 수선하고, 농부는 농사를 짓고, 작곡자는 음악을 만들고, 조각가는 조각을 하고 시인을 글을 쓴다. 이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입할 때 평온하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잠재潛在를 발휘하는 화신化身이 된다.

우리는 자신의 잠재를 실현하여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실력을 구비한 자를 ‘프로’라고 부른다. 프로는 부와 명예를 따라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정한 인생의 포부와 의미가 삶의 기준이다. 자신의 포부와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신은 독보적인 실력을 선사한다. 셰익스피어, 바흐, 피카소, 메시와 같은 인간들은 언제나 자신과 경쟁한다. 이들은 일상을 항상 새롭게 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일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부하지만, 그들에게는 경외, 쾌락, 놀라움 그리고 황홀경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작품이나 움직임은 자신들이 일상에서 발견한 놀라움이다. 우리는 이들의 시선을 통해, 일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감상한다.

프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 안달하지 않고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의 인도자는 자신의 양심良心이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명상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내 자신을 재판할 법률과 법정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 의해 다른 장소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심판을 받는다.”

몽테뉴 정신은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문 문구에도 등장한다.

“당신의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마십시오. 교리에 갇혀 살지 마십시오. 교리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생각의 결과입니다. 타인의 의견이라는 소음이 당신의 내면의 소리를 잠재우지 뇌두지 마십시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입니다. 당신의 가슴과 직관은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 싶은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나 나머지는 군더더기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되어야만 하는 그 사람’이다. 인간은 남들이 되길 바라는 그런 사람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내가 아닌 가면이다. 내가 되어야만 하는 인간은, 내가 발견해야하는 내 자신이다. 나는 오늘 나를 실현하고 있는가? 더 나은 자신을 실현하려는 세계적인 수영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싶다.

<엘부스 산맥과 인간> 러시아 화가 니콜라이 야로센코(1846–1898) 유화, 1894, 90.5 cm x 134 cm,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박물관<엘부스 산맥과 인간> 러시아 화가 니콜라이 야로센코(1846–1898) 유화, 1894, 90.5 cm x 134 cm,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박물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공부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밀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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