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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5주년’, ‘조합-은행’ 경계 속 흔들리는 정체성

[NW리포트/감독 사각지대, 새마을금고①]올해 ‘55주년’, ‘조합-은행’ 경계 속 흔들리는 정체성

등록 2018.10.11 07:01

차재서

  기자

1963년 탄생한 55년 전통 ‘비영리 금융기관’ ‘150조원대’ 자산 갖춘 조합으로 성장했지만수익성 급급한 어두운 이면···도입 취지 퇴색“대대적인 혁신으로 ‘공익성’ 회복해야” 지적

새마을금고가 소비자의 우려 속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갑질’과 비리, 은행 강도 등에서 비치는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더 이상 새삼스런 일이 아닐 정도다. 일각에서는 협동조합이면서도 은행인 영리와 비영리 간의 모호한 경계가 오늘날의 문제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올해로 ‘출범 55주년’을 맞은 상호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의 저축으로 조성한 자금을 소상공인에게 저리로 융자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는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우리나라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은 새마을금고법에도 명시돼 있다.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국내에 새마을금고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1963년 4월이었다. 경상남도 지역에서 재건국민운동본부에 의해 다섯 개의 ‘농촌신용조합’이 발족됐는데 바로 이들을 새마을금고의 출발점으로 본다.

출범 초기엔 단순한 마을금고였던 새마을금고는 1970년대 전개된 새마을운동과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당시 임의기구였던 마을금고를 제도화해 새마을운동의 금융기구 역할을 부여하면서다. 이에 1972년 법인설립에 착수한 뒤 이듬해 ‘마을금고연합회’를 창립했으며 1975년 독립해 새마을운동의 주요 시책사업으로 권장·육성됐다. 1982년에는 새마을금고법의 제정으로 조합원의 예탁금과 적금 등 재산 보호에 대한 기능이 강화되기도 했다.

지금은 150조원대 자산을 보유한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2017년 기준 전국 각지에서 새마을금고의 1315개 조합이 운영 중이다. 거래자수도 1927만명에 달한다. 특히 이들의 총자산은 2012년 100조원을 돌파한 이래 ▲2013년 110조원 ▲2015년 126조원 ▲2016년 138조원 등 매년 10조원 이상씩 증가해왔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과 반대로 새마을금고를 향한 소비자의 신뢰는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지역사회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 금융기관으로 출범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수익을 내는 데 치중하면서 영리법인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원성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과 달리 외국인 지분이 없어 지역과 회원에 모든 혜택을 돌릴 수 있는 구조임에도 실상은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각종 금리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자료에서 새마을금고의 예금금리(정기예탁금, 1년)는 2.42%, 대출금리(일반)는 4.28%로 집계됐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예금금리는 0.21%p, 대출금리는 0.20%p 각각 상승한 수치다. 물론 대출금리가 신용협동조합(4.96%)이나 상호저축은행(10.99)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변동 추이를 보면 내려야할 때 내리지 않고 한 번 오르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새마을금고의 대출금리는 올 1월 4.13%에서 시작해 ▲3월 4.14% ▲4월 4.16% ▲5월 4.26% ▲7월 4.28%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대출금리 하락 추세에 지난 6월엔 신용협동조합과 상호금융의 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0.06%p씩 내려갔으나 새마을금고는 요지부동이었다.

반면 새마을금고의 예금금리는 지난해말부터 올 8월까지 단 0.21%p를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용협동조합이 0.25%p, 상호금융이 0.27%p를 인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저신용자에 대한 혜택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새마을금고 홈페이지에 공개된 금리 비교공시를 살펴보면 전국 1315개 조합 대부분은 신용등급 1~6등급 사이의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7~8등급 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10곳 중 2개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9~10등급은 사실상 전무하다.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임에도 표면적으로 봤을 땐 시중은행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는 성장에만 몰두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앞선 몇 명의 중앙회장이 ‘수익·건전성 개선’을 첫 화두로 꺼내들 만큼 그간 새마을금고는 수익창출에 매달려온 게 사실이다. 그 일환으로 회사채 등 유가증권 투자에 집중했으며 MG손해보험에 대한 지분투자를 시작으로 캐피탈사와 감정평가법인의 인수를 추진하는 등 덩치를 키우려는 움직임도 속속 감지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착 혜택을 받아야 할 금융 소외계층은 외면하면서 새마을금고는 본분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으로서 외형적인 성장도 필요하겠지만 ‘지역사회 개발’, ‘금융소외계층 지원’이라는 본연의 모습에서 차츰 멀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새마을금고가 출범 55주년을 맞아 설립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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