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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이름에서 원자력 빼~”···정재훈의 ‘과속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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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변경 등, 탈원전 국정 과제 추진 ‘과잉충성’ 논란
한수원 발전용량·종사인원 80% 이상이 원자력인데
월성1호기 폐쇄·신규 원전 4기 백지화 졸속 결정 비판
60년 소요 탈원전···“이제 2년차 시작, 속도조절 절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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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현정 디자이너>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의 속도감이 남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취임 이후 조직과 인력의 재배치가 전광석화다. 벌써부터 원자력을 뺀다는 등 사명(社名) 변경부터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앞서 졸속이사회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월성1호기를 폐쇄했고, 신규 4기의 원전 백지화 결정도 그의 손을 거쳤다. 탈원전을 위해선 60여년이 걸리는데, 한수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력을 지우는데 여념이 없다. 그의 이런 행보를 두고 공기업 사장으로서 당연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으로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과잉충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대통령 공약에 ‘보폭’을 맞추는 게 아니라 가속 페달을 최대한 밟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부터 챙기고 나섰다. 정 사장은 “변화를 두려워 말라”며 세계적인 에너지종합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축소되는 국내 원전산업만 바라보기보다는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전수출, 원전 해체시장 개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했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국정과제 관련조직 개편과 해외사업조직 확대, 신재생에너지 사업 조직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일자리창출·국정과제추진실과 글로벌전략실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울러 한수원은 지난달 딜로이트컨설팅에 ‘신사업 발굴’을 위한 용역을 맡겼다. 한수원은 사장 직속으로 ‘변화와 성장 태스크포스(TF)’도 신설, TF팀과 딜로이트가 공동으로 신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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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현정 디자이너>

정재훈 사장의 이같은 발빠른 행보는 탈원전을 내세우는 정부 정책과 기존 원전 중심 조직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 사장의 전향적인 탈원전 드라이브와 신재생 가속화 발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수원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한 월성 원전 1호기를 두고 촉발된 각종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탈원전에 따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의 첫 번째 결단이었지만, 성급한 이행 과정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긴급 이사회 소집부터 경제성, 보존비용 논란까지. 일각에선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한수원의 안이한 대응은 탈원전이라는 에너지 전환 정책만 믿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평가다.

올해 한수원은 원전 가동율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이 4분1토막으로 급감해 탈원전 쇼크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한수원의 1분기 매출은 1조9839억원을 달성하고 18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2조6878억원에 매출에 73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25.4%인 6839억원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 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은 652억원을 기록 겨우 턱걸이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675억원에 비해 8.7배나 급감했다. 발전매출도 반토막 났다.

한수원의 수익성 악화는 원전 가동율이 80%에서 56.4%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얻는 수익이 총 매출액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한수원이 국내 발전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줄었다. 지난해 27.73%에서 올해 1분기 동안에는 19.69%로 감소했다. LNG발전 등이 증가로 인해 원전발전외의 발전비율은 지난해 72.27%에서 80.31%로 증가했다. 원전발전비중은 2016년까지는 31%로 꾸준히 30%대를 유지해왔다.

향후 건설될 원전이 백지화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수원 내에 원전 종사자 비율은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어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물음표다.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 한수원의 비정규직, 소속외인력 등을 모두 포함한 임직원 수는 1만9489명이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한수원 원자력본부 산하 12개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만252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동자의 64%가 원전 종사자인 셈이다.

정규직은 총 1만 2223명으로, 이 중 원전 관련 정규직은 7773명이다. 원전 노동자의 61.8%가 정규직이다. 탈원전 여파에 따라 정규직 신규채용도 최근에는 사실상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1369명에서 2016년 820명, 지난해 602명으로 급감하고 있고, 올해도 4년 연속 감소세가 점쳐진다.

정재훈 사장은 국내는 탈원전을, 해외서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선다는 ‘투트랙’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수주 또한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에 나섰지만, 체코 신규 원전 역시 원전 강대국들이 모두 입찰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져 험난한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 더군다나 사우디 원전 수주가 지연되면서 당장 수주가 가능한 원전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한수원 본사까지 다녀간 체코의 경우도 내년에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특히나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과 원전수출을 병행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국내 건설을 약속한 신규 원전까지 취소한 마당에 사우디나 체코가 우리나라에 원전 건설을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한수원은 회사 이름에서 ‘원자력’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부인했다. 하지만 사명 변경을 고려하고는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한수원이 사명 변경까지 하면서 탈원전을 좇아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한수원이 원자력발전사로서의 정체성을 너무 저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재훈 사장의 탈원전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의 행보는 단순히 사업다각화로 해석하긴 어렵다. 원자력발전사로서의 한수원 정체성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한수원이 어쩔 수 없이 원전을 부채처럼 떠안고 있는 회사처럼 돼 버려선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은 60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이제 2년차 시작인데 너무 가속 페달을 밟으면 탑승자들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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