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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회장-집토끼 은행장’ 지방금융 3사 권력 구도 순항할까

5대 지방은행, 54년 만에 ‘자행 출신 CEO 시대’ 개막
외부 출신 채워진 ‘母회사’ 금융지주 회장들과 대조적
경륜 갖춘 파워맨 회장 vs 지역 사정 잘 아는 은행장
“갈등은 곧 공멸 인식···상호 경청·견제로 조화 추구”

영남과 호남지방에 사업 구역을 두고 있는 지방금융지주 회사들이 모두 비슷한 유형의 최고경영자(CEO) 구도를 갖추게 됐다. 외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후 ‘산토끼’ 금융지주 회장들이 그룹 전체를 지휘하고 은행에서 산전수전을 경험한 ‘집토끼’ 은행장들이 뒤를 받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서로 다른 출신 성분을 가진 이들이 안정적으로 각 금융그룹을 이끌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서로 찰떡 호흡을 맞춰간다면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불협화음이 난다면 공멸할 수도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큰 불협화음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갈등이 벌어지는 순간 모두가 생존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3개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5개 지방은행장의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지난 26일 서한국 부행장을 차기 전북은행장으로 발탁하며 전북은행 출범 52년 만에 처음으로 자행 출신 은행장을 맞게 됐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황윤철 경남은행장도 재신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BNK금융지주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빈대인, 황윤철 두 은행장 모두 연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안 그래도 취약했던 지역경제가 매우 큰 타격을 받았고 지역경제 흥망에 실적이 연계되는 지방은행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현직 은행장들이 위기 대응에 적절히 나선 덕에 그나마 선방했고 이것이 연임 유력의 가장 큰 배경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빈 은행장과 황 은행장이 예상대로 연임에 성공한다면 5개 지방은행 CEO가 모두 자행 출신 CEO로 채워지게 된다. 국내 지방은행은 총 6개지만 다른 지방은행과 달리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은 여전히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이 내려오고 있다.

부산은행장과 경남은행장에 두 현직 은행장 이외 인물이 채워진다고 해도 자행 출신 은행장의 관례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은행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모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입행해 임원까지 올라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임성훈 대구은행장은 1982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40년째 대구은행에서만 일하고 있다. 2018년부터 1년여간 서울본부장으로 근무한 기간을 제외하면 사업 구역인 대구·경북을 비운 적이 없을 정도로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애착이 크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해 2022년까지 CEO 자리를 지키게 된 송종욱 광주은행장 역시 광주은행 출신이다. 광주은행의 첫 자행 출신 은행장인 송 은행장도 1991년 광주은행 입행 후 30년간 광주은행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임성훈 은행장과 달리 서울 근무 기간이 다소 길다.

어쨌든 5개 지방은행장이 모두 자행 출신 CEO로 채워진 것은 1967년 지방은행 체제 탄생 이후 50여년 만에 최초다. 이는 지방은행의 조직이 외부의 간섭없이 자생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로 볼 수 있다.

지방은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채워졌지만 지배구조에 따라 은행장의 상급자가 되는 지방금융지주 회장은 공교롭게 모두 외부 출신이다.

증권맨 출신인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부국증권 사장과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맡았다가 2017년 BNK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당시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한 몸에 받았지만 어느새 안정적 성과를 내며 호평받는 CEO가 됐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도 외부 출신이다. 외환은행에 입행한 후 하나은행 부행장보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생명 사장 등을 거쳤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지내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서울 출신임에도 호남 연고 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김기홍 회장과 달리 김지완 회장과 김태오 회장은 나란히 외부에서 경험을 쌓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지완 회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상고(현 개성고)를 나왔고 김태오 회장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왔다.

물론 세 곳 모두 외부 출신 회장이 들어온 사연이 있다. BNK금융과 DGB금융은 전임 CEO였던 성세환 전 회장과 박인규 전 회장이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JB금융의 경우 최대주주이자 호남 출신 대표기업인 삼양사의 영향력과 연관돼 있다.

특히 BNK금융과 DGB금융의 경우 학맥과 지연을 기반에 둔 내부 인력들이 지역 토호처럼 변질하고 이들이 일으킨 비리로 인해 지방금융지주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던 만큼 이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부 출신 회장 선출을 포기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관건은 외부 출신 회장과 내부 출신 은행장의 조화로운 동거 여부다. 그룹 장악력은 회장이 더 강하게 쥐고 있지만 그룹의 이익 비중을 고려한다면 은행장도 절대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유독 지방금융지주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장이나 은행장 중 한쪽으로만 힘이 쏠린다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조화와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로의 입지는 다소 다르다. 외부에서 다양한 경력을 갖추고 온 회장에게는 막강한 힘이 있다. 이 때문에 전국 단위의 사업이나 글로벌 확장, 디지털 대응 등의 업무에는 회장에게 강점이 있다.

반면 지역에서 여러 사업을 경험하며 잔뼈가 굵은 은행장은 지방은행의 핵심인 각 지역의 사정을 매우 잘 알고 그룹 안팎의 문화에 능숙하다. 외부 출신인 회장이 그룹 내부의 잘 모르는 부분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를 본인의 무기로 쓴다면 자칫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조화와 견제의 기능이 원활히 유지되고 있다. 회장들은 은행장들의 사업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여러 경영 현안에 대해서 은행장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장들도 회장의 결정 사항에 잘 따르고 있다.

한 지방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부 갈등이 벌어지면 그룹 전체가 혼란스러워지고 이는 지역 내 신뢰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각자 잘 알고 있다”며 “지방금융회사는 지역의 신뢰가 생명인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CEO 간의 유대를 지키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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