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위기 와중에 야구단 품는 정용진, 왜?

최종수정 2021-01-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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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 젊은층 마케팅 효과 크지만 비용 부담 상당
SK와이번스 운영비 연간 400억 웃돌아 매년 적자
점포 팔아 겨우 흑자 전환 무리한 사업 확장 논란

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K그룹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한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스포츠 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것은 9년만이다.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기본적으로 큰 비용이 드는 사업이지만 야구는 다른 프로스포츠과 비교해 인지도가 높고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정 부회장이 ‘체험형 콘텐츠’를 지속 강조했던 만큼 야구단 인수가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야구단 인수에만 수천억원의 비용을 쓰는 것이 그룹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2019년부터 점포를 팔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야구단 인수가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관중 60퍼센트 2030…예비 주요 소비층 광고 효과 기대 = 신세계그룹은 SK와이번스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과 프로야구단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 주체는 이마트가 될 전망이다.

인수 가격은 알려진 바 없으나 최근 두산 채권단이 두산 베어스 매각을 추진하며 구단 가치를 1900억원으로 책정한 점 등을 고려해 SK와이번즈의 매각 가격은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게 되면 9년만에 프로스포츠 시장에 재진출 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여자농구단 태평양을 인수해 ‘부천 신세계 쿨캣’을 운영하다 2012년 갑작스럽게 팀을 해체한 바 있다. 당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도 해체 선언 한 시간 전에 알렸고 선수단은 언론 보도를 통해 팀 해체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됐다. 하나은행이 구단을 전격적으로 인수하면서 논란은 가라앉았으나 여자농구계가 큰 혼란에 빠질 뻔한 사건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마트가 인수를 추진하는 SK와이번스의 연고지는 인천광역시로 부천과 멀지 않다.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발을 뺐던 이마트가 다시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프로야구단이 이마트의 새로운 ‘주력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로야구는 관중수가 2016년 833만9577명, 2017년 840만688명, 2018년 807만3742명 등을 기록한 명실상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관중수는 2019년 728만6008명에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크게 급감했으나 여전히 인기가 높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관중 중 60% 이상이 2030세대로 주요 소비계층인 MZ세대다. 타깃 마케팅 효과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마트 역시 SK와이번스 구장에 수년째 광고를 하고 있다.

◇스포츠단 운영비용 크고 매년 적자 불가피 = 정 부회장은 그룹 내 누구보다 소통과 홍보에 관심이 높은 인물이다. 평소 그룹 현안과 사업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스타벅스의 유튜브와 이마트 광고 등에 출연했고 이마트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YJ로그’도 공개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체험형 콘텐츠’와 ‘즐길거리’를 오프라인 유통업의 강점으로 강조해왔다. ‘쇼핑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스타필드를 2016년부터 선보였고 현재는 경기도 화성시에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도 추진 중이다. 야구단이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광고 플랫폼과 체험형 콘텐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야구단 인수 역시 이마트의 기존 사업 판도를 완전히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본업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새 사업에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대기업들이 주로 마케팅 효과, 사회공헌 등을 위해 운영하긴 하지만 운영비가 크게 드는 데다 이익은커녕 대부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와이번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SK와이번스는 2016년부터 감사보고서를 다시 내기 시작했는데, 이를 살펴보면 SK와이번스는 광고, 입장료, 임대, 대관 등을 통해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매출액은 2015년 428억원, 2016년 429억원, 2017년 461억원, 2018년 562억원, 2019년 562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운영비는 매출액을 상회하고 있다. 선수단 운영, 경기 진행비 등을 포함한 매출원가와 구단 운영을 위한 판매비 및 관리비(판관비)를 합친 금액은 2015년 439억원, 2016년 462억원, 2017년 466억원, 2018년 553억원, 2019년 568억원으로 2018년 한 차례 빼고 매년 매출액을 넘어섰다. 이 기간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해인 2018년 영업이익도 9억원에 그쳤다.

◇점포 매각으로 현금 마련한 이마트…계열사 투자 증가 불만도 = 인수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큰 이마트의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 둔화로 지난 2019년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낸 이후 지난해 2분기 또 분기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매출액은 10조5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늘었고, 영업이익은 0.2% 줄어드는 등 비교적 선방은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트레이더스의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본업 이마트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물론 이마트의 현금흐름이 최근 크게 개선되면서 야구단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의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318억원으로 2018년 말 기준 137억원, 2019년 말 2005억원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점포와 토지 등 유형자산을 매각한 결과로, 이마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유형자산 처분액은 8740억원에 달한다. 스타필드를 추진하던 서울 마곡 부지를 매각한 영향이다.

이마트는 2017년부터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어렵게 확보한 현금을 야구단 인수에 쓰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마트 내부에서도 이 같은 투자 방식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지주회사 격으로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조선호텔앤리조트, 사업을 확장 중인 스타필드 운영사 신세계프라퍼티 등 다른 계열사들에 계속 자금을 수혈해왔다. 여기에 화성에 추진 중인 테마파크에도 현재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이 든 데다 추후 투자 예정금을 합치면 5조원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노동조합 등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다며 회사에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며 “야구단 인수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계기가 될지, 정 부회장의 또 다른 무모한 도전이 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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