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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금융권 노사 ‘뜨거운 감자’ 되나

노동이사제, 금융권 노사 ‘뜨거운 감자’ 되나

등록 2020.11.30 07:42

정백현

  기자

경사노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대형 금융공공기관 노조 목소리 커질 전망‘노사 문서 합의’ 기업은행, 제도 도입 0순위여건상 민간 금융권 확대 도입까지는 무리

그래픽=뉴스웨이DB그래픽=뉴스웨이DB

정부와 노동계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의 점진적 도입에 사실상 합의한 가운데 금융공공기관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의 바람이 불 것인지 주목된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에 해당 제도가 도입될 경우 민간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관건이다. 다만 민간 금융권으로의 확대 도입은 무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지난 25일 ‘공공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에 조속히 나설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이사제 도입의 큰 틀에 합의한 만큼 국회가 법을 바꿔준다면 제도 도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일원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보편화한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매우 뚜렷하다.

현재 국내 금융공공기관은 총 19개다.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조폐공사가 있고 준정부기관으로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우체국금융개발원, 재정정보원 등이 있다.

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한국벤처투자 등 9곳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에서 노동이사제 추진 움직임을 보였던 곳은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노조 중에서도 강성 조직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함께 제도 도입 움직임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올 1월에는 윤종원 은행장과 노조가 노동이사제의 한 단계 낮은 수준인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합의를 했다. 특히 합의 현장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까지도 동석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도 노조 측에서 지난해 말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섰지만 실제 선임까지는 이르지 못한 바 있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다른 공공기관보다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대체로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일반 공공기관보다 더 빠르게 노동이사제 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미 문서로 만들어진 합의사항이 있는 기업은행의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확률이 매우 높으며 기업은행의 움직임에 따라서 다른 기관에서도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 제도가 금융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금융권으로 확산되느냐다. 이미 KB금융그룹 등 일부 민간 금융그룹에서도 노동이사제 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위해 노조 측이 움직인 사례가 있으나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지난 20일 끝난 KB금융 임시주총에서도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참여하는 우리사주조합 측이 사외이사 2명의 선임을 추진했으나 5%에 못 미치는 지지를 얻어 무위로 돌아갔다.

금융권 노조는 금융공공기관의 관련 제도 도입이 이뤄지면 민간 금융회사에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 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민간 금융회사에도 제도 도입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며 “내년 노동계 ‘춘투’의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금융기관에 실제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게 점쳐지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 지배구조의 유력한 축인 외국인 주주들이 이 제도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들도 일제히 한국 기업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이자 대형 금융그룹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측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주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한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는 지배구조나 운영 목적에 여러 차이가 있는 만큼 노조의 경영 참여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면서 “설령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주주들과 연기금의 의견에 따라 이사 선임 문제가 결정되는 만큼 여러 면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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