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지금②]경영 스타일 확 바뀐 남매···정용진 ‘사업 축소’·정유경 ‘신사업 외형확장’

최종수정 2020-10-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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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홈쇼핑·주류 삐에로 등 신사업 전방위 확대하던 정용진
이마트 위기의식 커져 사업 구조조정 서두르고 돈 되는 사업 매진
백화점 유관사업 소극적 펼치던 정유경 미디어·투자업 신사업 도전
이마트·신세계 최대주주 오르며 내년 등기임원 선임 가능성↑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정체,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이미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갈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그래픽=박혜수 기자
신세계그룹은 2016년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의 남매 분리 경영을 하고 있다. 두 남매의 경영 스타일은 완전히 반대다. 정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스타일로, 그간 다양한 신사업 확대를 주력해왔다. 반면 정 총괄사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기존 사업과 유관한 사업을 위주로 영토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신세계그룹의 ‘남매 경영’도 시험대에 올랐다. 여전히 새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정 부회장은 기존 자회사 사업 확대에 주력하는 반면 정 총괄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진한 신사업 정리, 체질개선 작업 나선 정용진 = 정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공식석상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SNS로 트렌드를 읽고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유통업계에서도 가장 유행에 민감한 총수로 꼽히다.
정 부회장은 2010년대 들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그룹 덩치를 키워왔다. 대형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3년 위드미(현 이마트24), 2015년 드림커머스(현 신세계티비쇼핑),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편의점, 홈쇼핑, 주류사업도 뛰어들었다. 내수 사업에 주력하는 특성상 신세계그룹은 롯데그룹보다 해외 사업 비중이 크게 낮은데, 2018년에는 미국 프리미엄 식품업체 ‘굿푸드홀딩스’를 2억7500만 달러에 품는 등 해외 진출도 모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같은 새로운 신사업보다는 기존 사업의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의 실질적 지주사인 이마트가 오프라인 유통 시장 둔화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사업은 정리하고 기존 사업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현재 이마트는 삐에로쑈핑, 부츠 등 부실 전문점 사업을 대거 정리했고, 스타필드를 검토하던 서울 마곡 부지도 매각했다.

대신 호텔, 온라인 등 기존 사업 확대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세계조선호텔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달 ‘그랜드 조선 부산’을 포함해 내년까지 5개의 호텔을 연다. 현재 운영 중인 4개 호텔에 더해 내년까지 5개 호텔을 추가하면서 사업장 수를 두 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관광시장이 위축됐으나 추후 회복 가능성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온라인 사업을 하는 쓱닷컴(SSG.COM)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강희석 대표에게 함께 맡기면서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에 나섰다. 강 대표는 이마트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 궤도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대표가 쓱닷컴 대표까지 겸직하게 된 것은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쓱닷컴을 보다 키우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잘나가던 백화점 코로나에 휘청…신사업 눈돌린 정유경 = 오빠 정 부회장과 달리 정 총괄사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비슷한 스타일로 ‘리틀 이명희’라고 불리기도 한다. 외부 공식석상에 선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사내에서도 본인의 스타일을 드러내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임원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총괄사장 역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왔으나 대부분 기존 백화점 사업과 유관한 사업이었다. 2016년 특허를 획득한 면세점의 경우 백화점과 비슷한 점이 많은 유통업종이다. 오랜 백화점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세계면세점은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고 업계 3위까지 올라 현재 ‘면세 빅3’로 불린다. 정 총괄사장이 애착을 갖고 키운 화장품 사업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는데, 실적 부진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키운 결과 이익이 크게 늘어 ‘효자 사업’이 됐다. 지난해 신세계가 이마트 분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면세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로가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신세계부문의 사업은 줄줄이 위기를 겪고 있다. 시장 환경과 소비자가 비슷한 사업들이 많다 보니 리스크를 분산하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았다.

정 총괄사장은 여전히 신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대신 기존 사업과는 다소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CVC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설립을 완료했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인터내셔날(SI)과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가 공동으로 출자한 CVC로, 설립 직후 패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에이블리’의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또 4월에는 미디어 콘텐츠 기획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했고, 이어 마인드마크를 통해 지난 6월 드라마 제작사 실크우드를, 9월에는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329’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두 남매 책임경영 강조…등기임원 오를까 =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이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에 오른 만큼 등기임원 선임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달 그룹 양대축인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 자리를 각각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에게 넘겨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각 부문을 맡은 남매에게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이 등기임원에 선임될 가능성이 재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 오너일가 중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은 물론 이 회장, 정재은 신세계그룸 명예회장,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모두 어느 계열사에도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우 2013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내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후 다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았으며, 정 총괄사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그룹은 각 계열사의 경영인들이 경영을 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나 세간의 비판이 지속돼 왔다. 2018년에는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중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곳이 한 군데도 없어 책임경영 차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지분 증여로 두 남매의 책임 경영이 그룹 내에서부터 다시 거론되는 만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내년 주총에서 이마트와 신세계의 등기임원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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