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논란]물산 지주사 전환이냐, 전자 인적분할이냐

최종수정 2020-09-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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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20조원어치 전자지분 취득가능 계열사는 물산 뿐
막대한 세금·자금 조달 문제···지주사 전환 시장 부정적 평가
가장 쉬운 손쉬운 방안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물산과 합병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금융사를 둘 수 없게 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법안대로라면 삼성생명·화재가 시장에 내놓는 삼성전자 지분은 적어도 20조원 이상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 계열사가 아닌 제3자가 가져가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 뼈대를 ‘삼성물산→삼성전자’ 구조로 어떻게 바꿀지 여부에 쏠린다. 이 부회장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5.1%)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생명이 던지는 지분을 삼성물산이 받아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 외에 삼성 계열사 어느 곳도 20조원이 넘는 지분을 취득할 여력이 없다는 평가다. 삼성 일가가 지분을 사들이지 않으면 국민연금(11.1%)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물음표’=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처분하게 될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물산이 반드시 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돼야 하는 방향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막대한 세금과 자금조달 방법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대규모 자본 차익이 발생한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양도소득세(법인세 형태) 이슈가 생긴다. 이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 조달 방법도 과제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취득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이고 비용의 상당부분은 세금이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의 투명성이 확보된 자금으로 작업(지분 취득)을 진행해야 하는데, 삼성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 지분을 소화할 수 있는 삼성 계열사는 물산 밖에 없다”며 “결국 물산이 전자 지분을 취득할 텐데, 블록딜로 하고 대금을 분할해서 지급하는 절충안이 나올 순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 조달을 위해 거론되는 방안은 삼성물산의 삼성바이로로직스(삼바) 활용안이 가장 유력하다. 삼성물산은 삼바 지분 43.4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바 지분(약 22조원)을 삼성전자에 넘긴 자금으로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이 거론된다. 바이오주 강세로 삼바 지분 가치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바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면 금산분리를 지키면서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취득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약 6.8%로, 5조원으로 추정되는 법인세를 빼면 4%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물산이 현재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5%를 더하면 9%를 취득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과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맞교환(스와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처분 등을 통한 삼성전자 지분 취득은 불가능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 판단이다. 지주사 강제 전환에 따른 부담(자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자회사 주식가치가 총자산의 50%를 웃돌게 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가 되는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소 30% 이상 늘려야 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문제가 발생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물산이 지분 20%를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이 내년에 상장하면 5조원 가량 시장 가치가 예상된다”며 “이 자금으로 삼성전자 일부 지분(3조~4조원)을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뤄지나=삼성전자의 인적분할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지주부문)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이 방법은 수년 전부터 시장에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최적화 방안으로 거론됐다. 이렇게 합병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통합돼 자회사 지분 20% 이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고, 오너 일가의 보유 주식을 합병 회사에 현물 출자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투자 부문과의 합병에 대비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높이기 위한 전략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주도적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법은 걸림돌이 하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동의 여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바 매각, 분할·합병에 대해 2대주주인 삼성전자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인적분할을 통한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간 이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최소 1.8%로 삼성전자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이 지주 비율을 낮춰야 하는 점이 과제”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삼성전자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전자지분은 해소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단 법으로 강제하기 보단 자체적으로 시간을 두고 해소하는 방법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에는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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