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호 vs HDC현산, 아시아나 ‘노딜’ 책임전가 설전

최종수정 2020-08-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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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강한 어조로 재실사 거절에 불쾌감
“매도인 진의 의심···인수자금도 이미 마련” 강조
금호·채권단 한 편···현산측 의도적 딜 지연 지적
극명하게 갈리는 양측 주장, 소송전 염두 시각 우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 수순을 밟는 가운데, 매각주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인수주체 HDC현대산업개발간 책임공방이 시작됐다.

금호그룹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산의 인수 진정성을 의심하며 재실사를 거부하자, HDC현산은 M&A 불발에 따른 모든 책임은 금호그룹에 있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은 6일 오후 보도자료에서 “재실사 필요성과 진정성을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만을 주장하는 금호산업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약 8개월 동안 인수절차에 만전을 기해왔지만, 매도인 측이 계약 불이행 책임을 인수인에게 돌린 것은 큰 실망”이라고 밝혔다.
HDC현산은 지난달 24일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8월 중순부터 12주간 재실사를 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금호는 HDC현산에 ‘이달 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내용공문을 발송했다. 산은도 지난 3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HDC현산은 매도 주체인 금호측의 진의를 의심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금호산업의 부실경영과 계약 불이행으로 초래됐다”며 “인수의사를 밝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2500억원의 큰 돈을 계약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이미 인수의사를 밝혔다”고 대응했다.

특히 십수차례의 공문을 보내 매도인 측에 인수의사를 전달한 것은 물론, 총 1조7600억여원의 자금을 조달해 연간 460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35개의 개선방안 전략도 만들어 둔 상태라고 밝혔다.

대면 협상을 지적하는 채권단을 향해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7주간의 실사기간 내내 불성실한 것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었다”고 맞받아쳤다.

HDC현산은 “거래종결이 되지 않은 책임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있다”며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위해 진성성을 담아 재실사에 조속히 응해달라”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양측간 책임공방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HDC현산이 강력한 비판 어조의 입장문을 내놓은 것은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M&A 무산의 이유를 HDC현산으로 돌린 만큼, 향후 전개될 소송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 선 것이다.

특히 이미 현금을 마련해 놨다고 언급한 대목은 인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측간 입장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산업은 재무제표 변동 건이 단순 새로운 회계 기준 적용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HDC현산은 진술 및 보장이 진실돼야 한다는 계약의 기본적인 조건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또 정부 차원의 추가 차입이나 계열사 지원 등에 대해 금호산업은 지속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이 같은 지원이 경영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기업가치도 훼손됐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양측 모두 거래무산을 언급한 만큼, M&A가 진전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서로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소송전을 위해 유리한 증거 쌓기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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