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손’ 된 한투운용···문제의 日 부동산펀드 살펴보니

최종수정 2020-08-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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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8%→20% 증가 위험···현지 실사도 동영상으로 대체
업계 “시장 환경 악화에도 판매 감행···무리한 투자” 지적
기존 판매 日 부동산펀드 수익률도 줄줄이 ‘마이너스’ 전환
한투운용 “현지 사정으로 수익률 감소 및 손실 위험” 고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소재 ‘기오이쵸PREX’ 빌딩 전경 및 내부.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선보인 일본 부동산 펀드를 놓고 상품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임대수요가 크게 줄었는데, 이를 당초 계산한 공실률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 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부동산펀드 신규 발행이 대거 위축된 분위기 속에 한투운용이 다소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투운용이 앞서 발행한 일본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줄줄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황에서 4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발행한 것도 의아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한투운용은 해당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본 정부의 ‘외국인 입국거부’ 조치로 인해 당초 계획된 현지실사조차 실시하지 못했다.

대신 해외 자산관리사 등이 참석한 현장답사를 동영상으로 촬영 및 녹화 보존 방식의 대체실사를 실시했고, 일본의 외국인 입국거부 조치 해제 이후 사후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펀드 판매가 완료된 뒤 진행하는 사후답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필수 과정인 현장 답사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상품 판매를 진행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빗나간 공실률 계산…수익률 문제 없나?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한국투자도쿄기오이쵸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파생형)’을 판매했다. 해당 펀드는 도쿄 중심지인 지요다구 소재 13층 규모의 오피스빌딩 ‘기오이쵸PREX’를 자산으로 하는 부동산펀드다.

펀드 만기는 5년으로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며, 설정 규모는 약 422억원(약 37.58억엔)이다. 한투운용 측은 “투자원금의 100% 및 배당금의 80% 수준으로 환헤지해 환율변동에 따른 원리금 손실 위험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해당 펀드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공실률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공실률이 5%일 때 수익률은 5.14%, 공실률이 10%면 4.7%, 15%면 4.37%, 20%면 3.98%, 25%일때는 수익률이 3.59%까지 하락하게 된다.

해당 펀드는 부동산 시장 상황의 변화 및 임대료 수준 변화에 따른 공실률 증가 위험 등으로 인해 투자위험등급이 전체 6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1등급(초고위험)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상품설계 초기 계산된 공실률에 오차가 생겼다는 점이다. 증권신고서 작성일(2020년 6월 30일) 기준 ‘기오이쵸PREX’ 빌딩의 공실률은 8.33%였다. 하지만 10곳의 임차인 가운데 2곳이 오는 10월 안에 나가기로 했다.

5층에 입주한 I&H주식회사와의 계약이 끝나는 동시에 새 임차인인 Rise and Foster Holdings, Inc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임차인을 제때 들이지 못할 경우 공실률이 20%에 가까워질 수 있다.

또한,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일부 임차인의 현금 창출 능력이 감소해 임대차계약 중도해지가 발생하고, 추가적인 임대차계약이 진행되지 않아 공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일부 식당, 운동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에서 임대료 및 관리비 연체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수익률 하락 및 투자손실이 발생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한투운용 측도 투자자들에게 미리 경고한 상태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일본 부동산 시장환경의 변화, 거시경제의 변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변화 등으로 인해 계약 기간 내에 보유 부동산 매각이 지연돼 투자자금을 기한 내에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또 현재 2개층 계약에 대해 중도해지 통보를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이 늦어지면 수익률이 감소하거나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차인의 계약 중도해지에 대해서는 “관련 자산의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임대차개시 후부터 임차인은 6개월 전 서면 사전통지를 통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임대인은 중도해지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도쿄기오이쵸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파생형)’ 투자설명서.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한투운용, ‘日 부동산펀드’ 수익률 일제히 ‘마이너스’ 전환

한투운용이 발행한 일본 부동산펀드는 이번이 네 번째다. 한투운용은 지난 2017년 ‘한국투자 도쿄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와 ‘한국투자 도쿄중소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에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 CBD(중심업무지구) 3구 중 하나인 지요다구 지역의 신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도쿄한조몬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을 판매했다.

하지만 앞서 발행한 펀드들의 수익률이 최근 줄줄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4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신규 펀드도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도쿄한조몬오피스 부동산펀드’의 경우 정치·문화·상업의 중심지인 일본 도쿄 한조몬 지역에 있는 신축 오피스 빌딩에 지분 100%를 투자한 상품이다. 이 빌딩은 지난해 3월 준공된 건물로 지하철 한조몬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 반경 1km 안에는 일본 최고재판소, 국회의사당, 대사관, 정부청사, 일본국립극장 등이 있다.

당시 한투운용 측은 “2029년 5월까지 위워크 재팬(WeWork Japan)이 임차인 유치와 건물 관리를 책임지는 마스터리스(Master Lease)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고배당 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펀드의 수익률은 1년 전만 해도 8.56%에 달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수익률이 –0.63%까지 떨어졌다. ‘도쿄중소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 수익률도 1년 전 10.58%에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02%로 곤두박질쳤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에 접어든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여전히 관련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국내 금융사들 입장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에 대한 손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신규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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