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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 M&A 철수 준비···업계 “조종사노조 재뿌려” 시각

제주항공, 이스타 M&A 철수 준비···업계 “조종사노조 재뿌려” 시각

등록 2020.07.21 15:32

이세정

  기자

인수합병 파기 조건 충족, 최종결정은 미뤄정부 추가 지원보단, 혼란 최소화 타이밍 노려조종사노조, 과격한 투쟁···양사갈등 부추긴 셈비밀유지 위반·잇딴 의혹 제기···노·노 갈등까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거래가 어그러진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내부적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 선행조건을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 파기 권한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 종합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이나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며 M&A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대하기보단, 인수 무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력 생존 여력이 없는 이스타항공은 M&A 불발에 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어 결국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스타항공 지원과 관련해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그은 만큼, 벼랑 끝 기사회생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시장에서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지난 4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이후 보인 강경 행보가 딜 무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3일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현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통화한 녹취파일을 폭로했다. 녹취록에는 지난 3월20일께 양사 대표가 셧다운(운항중단)과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또 양측 임원진과 실무자들의 회의록을 공개했다. 제주항공이 명백하게 경영에 개입했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라고도 항의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 측에서 계약의 내용과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반박하면서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민감한 내용들이 외부에 유출되는 비도덕적인 일이 발생했다.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인수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종사노조가 과격한 투쟁을 이어가면서 노-노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종사 200여명으로 구성된 조종사노조와 조종사 직군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이 선출한 근로자대표는 입장차를 보여왔다.

근로자대표는 직할·영업운송·정비·객실·운항 부문에서 각각의 대표(5명)를 선임했다. 이들은 전직원 과반 이상인 70%의 찬성표를 받았다. 특히 조종사노조의 투쟁과 주장은 이스타항공 전 직원의 의견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조종사노조와 근로자대표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29일 연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헌납 기자회견에서 조종사노조는 근로자대표가 사측 편에 섰다며 고성과 욕설을 내뱉었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들을 상대로 2개월치 임금 반납 동의 투표를 진행했는데, 조종사노조 소속 직원들은 제외했다.

당초 조종사노조는 인력감축 중단과 고용유지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 반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원 탈퇴와 비판여론 등이 맞물리자 뒤늦게 고통분담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조종사노조가 제주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의혹들은 양사간 갈등골을 키웠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제주항공이 해외 기업결함심사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항공이 운수권 배분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이 SPA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힌 다음날에는 “제주항공 경영진의 발표는 비양심과 무책임의 극치이고 자본의 냉혹성과 악랄함을 보여준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리스크로 이스타항공 뿐 아니라 제주항공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강성 성향의 조종사노조가 제주항공과의 대립각을 세우며 판이 깨지는데 일조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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