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폐업 위기···실낱같은 회생 가능성

최종수정 2020-06-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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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사 포함시 600명 가까이 퇴사···추가감축 불가피
제주-이스타, 셧다운·구조조정·체불임금 놓고 책임전가
딜 깨지면 정부지원 가능···기간산업기금 예외조항 기대
‘지방공항 활성화·일자리 창출’ 강조한 정부, 부담 클 듯
이상직 의원 오너가, 사재출연 등 전향적 자세 압박 가중

그래픽=박혜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대주주와 인수주체 제주항공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사실상 인수합병(M&A) 절차가 중단된 이스타항공은 폐업 위기에 놓였지만,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게나마 열려있는 상태다.

2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6월 말 기준 인턴과 계약직 180여명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 앞서 발표한 인위적 구조조정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정직원 1473명, 계약직 180명 총 162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해고된 직원과 현재까지 자발적으로 퇴사한 직원들까지 합치면 27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이스타항공은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100% 자회사 이스타포트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이 여파로 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약 총 570여명이 자·타의에 의해 실직자가 됐다.

추가적인 인력감축 여지는 충분하다. 당초 이스타항공 자체에서 줄이기로 한 인력은 350여명 수준인데, 이를 맞추려면 80여명 더 해고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자금난 여파로 이미 지난 2월부터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그 규모만 2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역시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존폐기로에 놓인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여행 보이콧 타격을 회복할 틈도 없이 올 초 시작된 전염병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과의 재도약을 꿈꿔왔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제의로 이스타항공 매각이 결정됐다. 당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를 업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3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고, 4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제주항공의 기류는 바뀌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최종 딜 클로징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재기불능 상태에 도달했다. 3월부터는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까지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됐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서로 탓만 하며 공방전을 벌이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은 전 노선 운항 중단이 제주항공의 요구했고, 이 여파로 손해가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자체적인 판단이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데 경영개입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인력감축에 대한 서로의 주장도 상반된다.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인위적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고용지원금을 받으면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는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의견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제주항공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맞대응했다.

양사는 체불된 임금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인수주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임금체불은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며 거부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이스타항공은 SPA 체결 이후 제주항공의 지시를 따르다가 경영난이 가중됐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제주항공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 절차가 길어지면서 이스타항공이 버틸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품는다.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 대상에서도 빠진 상태다. 임금 체불 뿐 아니라 조업사와 정유사에 100억원대의 연체료가 밀려있다.

제주항공이 공식적으로 딜을 깬다면 회생 가능성은 살아난다. 이스타항공이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배경은 M&A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M&A가 무산되면 정부로부터 현금 지원이 가능하고, 당장 갚아야 할 빚을 일부라도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기간산업안정자금 예외조항으로 지원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산업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기간산업안정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이스타항공의 폐업을 좌시하고 있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방 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해 초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에 면허를 발급해 준 정부가 이스타항공의 도산을 보고만 있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실질 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대주주 일가의 사재출연을 다시 한 번 기대를 걸 수 있다.

앞서 조종사노조는 이 의원 일가에 200억원의 사재출연을 요구했다. 하지만 매각가를 작년 말 계약한 695억원에서 150억원 가량 깎인 545억원으로 합의하면서 손해를 본 만큼, 사재출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만큼, 이 의원 일가가 전향적인 자세로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스타항공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점도 이 의원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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