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계열사 담보로 대한항공 유증?···계산기 두드려보니

최종수정 2020-05-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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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1조 유증, 한진칼 3000억 투입해야
보유 현금 1900억 수준···계열사 주담대 유력
㈜한진, 지분 전량 담보제공 최대 560억 동원
비상장사도 활용···정석기업 주당 30만원 상회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모기업 한진칼이 어떤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계열사 지분 담보 대출만으로 부족한 자금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7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께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규모와 방식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긴급 지원 명목으로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대신 항공사의 자발적인 자본확충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종로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유휴자산 처분가를 고려할 때 유상증자로 최대 1조원의 현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모기업이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업 불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대한항공 유상증자의 성공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 한진칼은 기존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유상증자를 흥행시키기 위해 배정 물량을 최대한 소화해야 한다.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할 경우, 한진칼은 3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칼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9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 193만원 ▲예금 등 523억원 ▲정기예금 316억원 ▲MMT 등 1054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진칼도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정부 지원 발표 직후 “소모적인 지분경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유상증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유상증자 추진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주주연합이나 소액주주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차원에서 유휴자산과 적자사업을 정리하고 있지만, 당장 유동성을 끌어오기는 힘들다. 계열사의 자산 처분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로 한진칼에 유입되는 현금도 한정적이다.

한진칼은 보유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유상증자 자금을 모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식담보대출은 비교적 쉽고 빠르게 현금 융통이 가능하다.

한진칼이 주식을 가진 상장 계열사는 ▲대한항공 29.96%(보통주) ▲㈜한진 23.62% ▲진에어 60%, 비상장 계열사는 ▲칼호텔네트워크 100% ▲제동레저 100% ▲토파스여행정보 94.35% ▲한진관광 100% ▲정석기업 48.27% ▲와이키키리조트 호텔 100%다.

상장사 중에서는 ㈜한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진칼은 이미 담보로 차입한 9.77%를 뺀 13.85%에 대해서 대출이 가능하다. 통상 주담대는 담보 가치의 50~70%를 인정해 준다. 지분 전량을 담보로 맡긴다고 가정하면, 전날 ㈜한진 종가 4만8350원 기준 400억~560억원을 빌릴 수 있다.

진에어의 경우 지분 56.16%(기존 담보 제외)로 최소 860억원, 최대 1200억원까지 융통된다.

비상장사 주식도 담보로 넣을 수 있다. 한진그룹 부동산 관리회사인 정석기업은 1주당 가격이 30만원을 넘는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누나인 조현숙씨는 2018년 3월 정석기업 주식 전량을 처분했는데, 주당 가격은 30만6072원었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1000억원 가량 끌어올 수 있다.

토파스여행정보는 2017년 기준 주당 14만6000원대에 거래됐다. 항공 스케줄과 항공예약 발권시스템을 영위하기 때문에 항공업황에 영향을 받는다. 가치는 이전보다 하락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약 500억원대의 현금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계산된다.

한진칼은 기존 지배력을 희석시키지 않은 선에서 계열사 주식으로 수천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심 계열사보다는 수입이 안정적인 회사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오너가의 사재출연 가능성을 언급한다. 조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3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11.85%다. 이중 담보가 잡힌 3.45%를 제외하면 8%가 남는다. 하지만 매년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추가 대출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 출연을 요구하지 않은 만큼, 회사가 보유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다면 큰 부담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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