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미뤄진 이재용 부회장 공개 사과···재판 부담 커진 삼성

최종수정 2020-04-09 12:19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글자 크기 확대

준법위, 이 부회장·7개 관계사 권고안 회신 연장
삼성, 이 부회장 사과 내용·범위 등 고심 또 고심
경영진 ‘의견청취·회의·토론·이사회 보고’ 절차 진행
재계 “한 달 늦춘 것은 서면 사과에 그치진 않을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올해 1월17일 4차 공판을 끝으로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한이 다음달 11일로 한 달 더 미뤄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지난달 이 부회장을 비롯한 7개 관계사(삼성전자 등)에 과거 불법 경영 등에 대한 권고문을 전달한 데 따른 삼성 측의 회신 기한 연장 요청 때문이다.

당초 삼성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늦어도 4~5월에는 마무리 돼 추후 경영 리스크 없이 올 한해 사업에 매진할 계획을 세워놨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이 부회장의 공개 사과 등을 놓고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 진통을 겪고 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8일 삼성 측 요구로 이 부회장의 공개 사과 기한을 내달 11일로 연장한다고 외부에 공개했다. 준법감시위가 지난달 11일 삼성 측에 전달한 권고문에는 경영권 승계 관련 준법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노동법규 위반에 대한 반성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등의 요구가 담겼다.
삼성이 이같은 권고안 이행 방향과 주요 내용 논의에 착수했으나 그 과정에서 내부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해 한 달 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사업영역 전반의 위기 국면을 맞아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각 사업부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전세계 주요 사업장은 환자 발생 등 감염에 노출될 때마다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가 공장이 잇달아 멈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내부에서도 준법감시위의 권고안 논의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고 의견청취, 회의, 집단토론, 이사회 보고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더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지형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위원회 출범을 바라보는 사회적 논란을 감안해서인지 “원래 정해준 기한을 삼성 측에서 지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외부로 메시지도 내놨다.

삼성은 일단 기한에 맞춰 이 부회장이 공개 사과를 한다는 입장이다. 파기환송심 재판이 코로나19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다시 진행되는 만큼, 위원회 요구를 삼성이 거부할 경우 추후 재판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감염자가 속출한 책임을 지고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를 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삼성이 의료시설 지원, 마스크 수십만 장 전달 등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쳐 현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공식 사과는 다소 지나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 부회장의 공개 사과문 내용 범위를 놓고 삼성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2015년 때와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사과문 내용과 범위에 따라 재판 형량에 반영될 여지는 충분하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준법감시위원회 설립 취지를 감안한다면 위원회에서 적절한 수위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형식과 내용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힘든 상황인데 코로나19 사태가 불리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지난 1월17일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열린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그 사이 재판부가 준법경영 강화 차원의 방안을 마련하라며 숙제를 제시했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2월초 공식 출범했다.

재판부는 2월 중순으로 예정했던 5차 공판에 앞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단 구성을 삼성과 특검 양측에 요청했다. 이후 정치권을 비롯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재판부의 삼성 봐주기’ 논란이 커지자 준비감시위에 대한 의견을 다시 듣겠다고 방향을 바꾼바 있다.

준법감시위는 출범 목적이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양형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외부 시선에 상당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 삼성 7개 관계사에 과거 반성의 뜻을 담은 권고문을 낸 배경도 결국 준법감시위 출범 초기부터 불거지는 양형 논란 등을 씻어내고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재계는 해석한다.

삼성 내부에선 서면 사과를 할지, 2015년 때와 동일하게 기자회견을 여는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과를 할 수도 없고, 서면으로 해도 될 텐데, 한 달 연기를 요청한 것은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기자 간담회 식으로 하는 방향도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승계, 노조 문제에 대해 사과를 잘못하게 되면 유죄를 시인하는 격이어서 준법감시위 권고대로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식의 사과를 하는 선에서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지유플러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Copyright © Newsway All Rights Reserved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민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