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부산 엘시티 강풍에도 안전 괜찮을까?

최종수정 2020-02-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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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층 빌딩 들어선 미포 빌딩풍···유입 풍속의 2배
해운대 순간최고풍속 35m/s↓···이론상 안전문제 ‘X’
사고 변수인 ‘열린창문’···이 경우 다시 없다곤 말 못해
빌딩풍에 의한 초고층 건물 안전 연구 및 제도 必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엘시티 아파트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
‘빌딩풍’ 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들의 안전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딩풍은 바람이 고층 건물을 만났을 때 본래 유입풍속보다 바람이 더 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준공된 지 약 2개월 된 해운대 내 최고층(101층) 아파트에서 열려 있던 유리창(85층)이 강한 바람으로 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85층에서 파손된 유리 파편은 차량 2대를 긁고 주변 건물로 날아들었다.

시공사 측은 당시 초속 29m 강풍에 미입주 세대 창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설명하며, 입주지정기간이 끝나는 2월 말까지 창문 9121개 마다 담당직원을 지정해 개폐 여부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을 방문해 해당 건물의 창문 파손 사고에 대한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알아봤다.

①“엘시티 빌딩풍 유입 풍속의 2배↑…여기만 유난히 왜?”
해운대구청이 한국재정분석연구원에 발주한 ‘빌딩풍 피해 예방대책 학술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엘시티더샵(이하 엘시티 지역 빌딩풍은 유입풍속(순간 최대 기준)의 2배다.
강풍주의보 단계인 초속 20m 세기의 바람이 불 경우 실제로 40m의 타격이 가해진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초속 30m일 때는 64.84m, 40m는 86.62m, 50m는 108.04m까지 바람 세기가 증폭된다.

이곳 빌딩풍이 유난히 센 이유는 지형학적으로 바람이 분산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임남기 동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마린시티는 바람이 분산되는 오픈형 구조이지만 엘시티가 들어선 미포는 기본적으로 만(灣) 구조다”라며 “또 뒤는 산, 옆으로는 호텔로 막혀 있어 아무래도 바람이 몰리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엘시티 등 해운대 고층빌딩에 대한 안전 우려 나오는 건 사실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엘시티 같이 규모가 큰 건물은 설계·시공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엘시티 건축 심의 과정에 자문했다는 한 건축공학과 교수는 “당시 엘시티는 설계 기준상의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해운대에 지어진 고층 빌딩에 가해지는 빌딩풍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 창문을 열어 놓지 않는 이상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어떤 기상학적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예측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임남기 교수 역시 “세계적으로 바람이 센 지역에 10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건축은 경험 학문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필요하다면 보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렌스김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바람이 많은 곳에 빌딩을 짓더라도 유리창이 깨진 사례는 거의 없다”며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20~30년 전쯤 유명 건축가 아이엠페이가 설계한 한 건물이 유일하다. 창문이 깨졌다면 지자체 차원의 보완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②“그래서, 엘시티 창문 안전한 건가?”…‘변수 없다면’ 안심
해운대 지역 역대 태풍 최대풍속과 시공사가 밝힌 내풍 설계 기준치를 살펴보면 창문이 모두 닫혀 있다는 전제 아래 안심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선 시공사측이 발표한 엘시티가 견딜 수 있는 순간 최대 풍속은 88m/s(건물 높이 205m·약 80층 이하)다.

언뜻 보면 해운대구청 조사 결과 상 최대풍속 초속 50m일 때 빌딩풍(108.04m)에 못 미치는 내풍 설계로 보이지만, 해운대 역대 풍속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상청이 제공한 해운대 지역 역대 태풍 최대 풍속은 초속 34.7m(1959년 사라)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3년 매미(순간 최대 풍속 33.2m/s)와 2005년 나비(30.4m/s)가 유일하게 30m/s를 넘어섰다.

즉 해운대 역대 최대순간 풍속인 30m/s 수준의 강풍이 불더라도 빌딩풍은 60m/s 수준이기 때문에, 시공사측이 밝힌 88m/s를 하회한다.
해운대구청도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엘시티 건물 자체는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해운대 지역에 최대 풍속 50m 이상이 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적은 예산이라는 한계가 있어 모델링을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한 조사가 추가적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운대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실험 기준으로 잡은 유입풍속 초속 50m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구청에서는 4300만원 정도의 적은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에 연구 모델링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빌딩풍이 신종 재난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부산시에서 예산 16억원을 들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운대 구청 차원의 연구는 2월 말쯤 종결된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측은 지난번 85층 창문 탈락 사고 이후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80층 이상 고층부는 최대 148m/s 이상의 바람에도 안전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③“안전하다는데…이번 사고 왜 일어난 건가?”
건축 전문가들과 시공사측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핵심 이유는 ‘열린 창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닫혀있는 상태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창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깨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엘시티 건축 자문에 참석했다는 교수는 창문 파손 이유에 대해 “창문을 열어 두면 압력이 반대로 가해진다”며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설계는 닫아 둔 상태의 방향에서 유효하다”고 사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 집중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남기 교수는 “높은 건물에서는 바람이 한쪽으로 쏠린다”며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다른 곳의 창문이 다 닫혀 있는데 한 곳만 열렸다면 그쪽으로 풍속이 몰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에 시공사는 안전을 위해 엘시티 창문이 열릴 수 있는 각도를 재조정하고 있다. 사측은 “사고 이후 전체 창문 개폐 관리를 실명제로 운영 중이며, 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창문이 열릴 수 있는 각도를 종전보다 50%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초로 정첩형 안전블럭을 개발해 추가 설치했다”며 “안전블록은 이로써 안전성능이 종전 대비 53% 증대했다”고 덧붙였다.

④빌딩풍 재난 예방…법적 가이드라인 필요성↑
해운대구청 안전총괄과에 따르면 안전 심의 과정에 풍속이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다만 고층빌딩 설계 및 심의 단계에서 지역 풍속에 견딜 수 있는 마감재 평가는 이뤄지고 있다.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현재 바람에 대해선 검토해야하는 규정이 없다”며 “이 때문에 안전 점검도 일개 부처가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 소재 A안전점검회사 대표 역시 “마감재만 전문적으로 점검하는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술자들이 육안으로 점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빌딩풍에 대한 재난 가능성이 대두된 만큼 안전 점검 기준도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풍속에 대한 마감재 실험이 진행된 샘플이 괜찮았더라도 실제 시공된 구간 중 일부는 시공자들의 능력에 따라 편차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앞으로 엘시티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인지될 경우 관계 부처와 합동 대책을 준비할 계획이다.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빌딩풍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문제가 발견된다면 구청 건축과와 함께 대책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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