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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오너 ‘딸’ 들의 반란

건설업계 오너 ‘딸’ 들의 반란

등록 2020.01.21 16:36

수정 2020.01.22 08:25

김성배

  기자

성장 한계 주택건설은 아빠·오빠·동생이 지속딸들이 나서 유통 엔터 금 등 다각화 앞장서호반 김윤혜씨 금거래소 청과유통 등 신사업서희 이도희 검사 입사···반도 첫째 사위 전면

건설업계 오너 ‘딸’ 들의 반란 기사의 사진

아들(남성) 위주 경영문화 색이 짙은 건설업계 오너가에 최근 딸들의 반란이 매섭다.

정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성장 한계론마저 거론되는 주택 건설 사업은 여전히 아버지와 오빠·동생들이 틀어쥐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룹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먹거리 사업 다각화를 위한 계열사 확장부터 신사업 구상과 리스크 관리까지 직접 나서며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최근 10대 건설 반열에 오르거나 대한항공 등 대형건설사 경영 인수전에 참여하는 굴지의 건설사들에서 딸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

김상열 회장의 장녀 김윤혜씨(아비뉴프랑 마케팅실장)가 대표적이다. 그가 최대주주(30.97%)로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호반프라퍼티(옛 호반베르디움)가 지난해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등 존재감을 확실한 드러내고 있어서다.

친오빠(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가 최대주주인 호반건설이 레저 골프장 토목 등 건설업과 유관 사업에 방점을 둔다면 호반프라퍼티는 유통 금거래 고급상가 등 기존 전통적인 개념을 깨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김윤혜씨가 사내이사 이자 최대주주인 호반프라퍼티는 지난해 6월 대아청과를 564억원에 인수, 농산물 유통업에 진출했다. 주식의 51%는 호반프라퍼티가, 49%는 호반건설이 가졌다.

대아청과는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로 가락시장에서는 농산물 경매와 수의계약을 통한 농산물 도매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고일과 채소 거래금액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아청과는 같은해 매출 251억원,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29억원을 올렸다.

이 회사는 고급상가도 갖고 있다. 호반프라퍼티는 2011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유럽스타일 스트리트형 쇼핑몰 아브뉴프랑을 론칭했다. 2015년에는 수원 광교신도시에 아브뉴프랑 광교점을 오픈하고, 2018년에는 광명시 KTX광명역 바로 앞에 아브뉴프랑 광명점도 선보였다.

최근엔 역시 이업종인 금거래 유통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호반프라퍼티는 지난해말 삼성금거래소 지분을 43% 사들이기로 했다. 취득금액은 223억원가량이다.

삼성금거래소는 매출 1조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조폐공사 제품인 ‘오롯 골드바’와 ‘호랑이 불리온 메달’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귀금속류를 백화점이나 소매상에 납품하고 제조업체에 공업용 금, 반도체 제조용 금도 공급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김윤혜 실장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투자포인트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딸바보 경영이자 판·검사집안 오너로 알려진 이봉관 회장이 이끄는 서희건설은 세 딸들 중에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편이 모두 판검사인 이은희 부사장(구매담당)과 이성희 전무(재무담당) 자매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던 막내딸 검사출신 이도희씨도 회사에 입사했다.

건설업계의 기라성 같은 친언니들 틈에서 그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도희씨의 회사 입성으로 이들 자매간 후계 경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강하게 제기된다.

실제 검사출신으로 건설업계 CEO에 오른 사례도 흔지 않지만 있다.

GS건설 CEO로만 10년간을 재직해 업계 최장수 CEO로 등극한 임병용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준법·클린 경영 선언 등으로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만큼 검사출신인 이도희씨도 아버지 회사인 서희건설에 가세하면서 어떤 활약을 나타낼지 업계에선 이목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희건설에 따르면 창업주인 이봉관 회장의 셋째딸인 이도희 씨가 정식으로 지낸해말 입사했다. 이 씨는 지난 8년 간 검사 생활을 마치고 입사하는 터라 재계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초유의 관심사가 됐었다.

그는 미래전략실 수석부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미래전략실은 회사의 미래 사업 전략을 짜는 곳이다. 가장 빠른 시간 내 전체 사업장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부서로 경영수업을 하기에 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법률 전문가란 경력을 살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내부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사업 분야별 투명성 확보 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회사 내 각종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란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향후 회사의 철저한 내부 기준 마련과 더불어 사업분야별 투명성을 확보해 회사내의 각종 리스크를 분석하는 적극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희건설의 정도경영, 조직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수석부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지분율도 관심거리다.

그룹 주력사인 서희건설 지분율은 두 언니들보다 낮지만, 서희건설 지주회사인 유성티엔에스 지분은 이들보다 이 부장이 더 많이 갖고 있어서다. 훗날 있을지 모를 자매간 지분율 경쟁에서 일단 우위를 확보했다고 보여진다.

실제 올 3분기 기준 서희건설 지분율은 이봉관 회장 3.94%, 이은희 부사장 0.68%, 이성희 전무 0.58%, 이도희 부장 0.58%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 지주사 유성티엔에스는 이봉관 회장은 8.68%, 이도희 수석부장은 6.01%, 이은희 부사장은 4.53%, 이성희 전무는 3.53%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에 두 언니들보다 경영 수업이 늦었지만, 이 수석부장이 같은 검사출신인 임병용 부회장 대표이사와 같이 업계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역시 딸바라기로 유명한 권홍사 회장이 이끄는 반도家에선 권 회장의 첫째 사위 활약이 대단하다.

장녀(권보라)의 이름을 따 주택 브랜드 이름(유보라)을 만들었을 정도로 딸 사랑이 가득한 그가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는 사이 큰 사위(반도건설 전무)가 사실상 개인회사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등 신사업 발굴,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최근 영화제작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키위미디어그룹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회사가 다름아닌 ‘퍼시픽산업’(컨소시엄)라서다.

이 회사는 권홍사 회장의 큰 사위인 신 전무는 최대주주(100%) 겸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던 권홍사 회장의 첫째 딸 권보라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반도건설 경영에서 본격적인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번 키위미디어그룹 인수전 배후에 ‘반도건설 창업주의 딸’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지배하는 반도홀딩스 경영을 아들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에게 맡기고, 딸인 보라씨와 신 전무가 퍼시픽산업을 주축으로 신사업 계열사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권 회장과 권 상무는 최근 반도건설 자회사를 통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크게 확대하는 등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서도 신 전무가 권 회장을 대신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강성부펀드)측 대표 등 한진칼 대주주들을 만나는 등 핵심역할을 하며 지분 확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권 회장의 친동생인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장녀인 권지혜씨도 한때 회사경영에 몸담은 사례가 있다.

최근엔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 있지만 이미 주택브랜드 에일린의 뜰과 건자재업 등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일선 복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 그룹들이 최근 엄청난 자금력으로 항공업 등으로 재계를 호령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와중에 아들보다는 딸들의 위력이 더 강해지는 등 우먼파워가 거세다.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후계구도가 바뀌는 사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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