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메리츠화재, 아메바경영 ‘이사회 패싱’”

최종수정 2020-01-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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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작년 종합검사 결과 통보
단기 매출 확대 위해 사업비 펑펑

서울 역삼동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김용범 부회장<사진>의 ‘아메바경영’이 이사회 보고를 거치지 않아 ‘이사회 패싱(Passing)’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할 김 부회장은 오히려 실무진의 주장에 힘을 실어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했다.

메리츠화재는 또 업계의 과도한 사업비 경쟁을 유발하는 단기 매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면서 무위험 차익거래로 인한 불건전 영업을 방치하기도 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메리츠화재에 이 같은 내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경영유의사항 5건, 개선사항 14건 등 종합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이번 검사 결과는 금감원이 지난해 실시한 종합검사 중 경영실태평가(RAAS) 결과 관련 행정지도 사항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금감원이 4년여만에 부활시킨 종합검사의 첫 검사 대상 손해보험사로 선정돼 5월부터 7월까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2015년 3월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아메바경영 등 중요 경영전략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아메바경영은 회사 조직을 업무 내용에 따라 구분하고 각 부문별로 손익 계획을 수립한 뒤 손익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일종을 관리·회계시스템이다.

메리츠화재는 경영목표, 경영성과 평가에 관한 사항은 중요 경영사항으로 이사회의 심의 및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아메바경영 체계는 일종의 관리회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관련 사항을 이사회에 부의 또는 보고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저해했다.

김 부회장은 2018년 9월 임시 이사회에서 특정 펀드 투자 승인 안건과 관련해 실무진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부연했다.

금감원 측은 “아메바 손익 목표와 평가 결과 등 회사의 경영목표 수립 및 평가 측정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이사회가 심의해 의결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 정기 또는 수시로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가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적정한 경영 판단과 함께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화재는 신계약비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도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이사회 의결 없이 신계약비 예산을 임의로 편성했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절차를 따르지 않고 당초 계획한 예산을 초과 집행했다.

메리츠화재의 2018년 신계약비 예산은 2015년에 비해 83.3% 증가했다. 예산 편성 대비 집행 초과 규모는 373.1% 급증했다.

금감원 측은 “신계약비 예산과 집행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사업비 집행 한도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관리는 총괄부서를 별도 지정하지 않았고 사업비 집행 한도 관리 방안도 마련하지 않아 내부통제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메리츠화재는 수수료, 시책비 등 신계약비 지출을 늘리는 단기 매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면서 무위험 차익거래로 인한 불건전 영업행위를 유발하기도 했다.

무위험 차익거래는 보험계약 해지 시 모집인이 보험사로부터 수령한 모집수수료, 시책비, 해지환급금이 회사에 납부하는 납입보험료, 환수수당보다 많아 모집인에게 차익이 발생하는 거래다.

메리츠화재가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해 체결한 계약 가운데 보험료 납부 8~16회차 사이 해지된 계약을 대상으로 차익거래 발생 여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해지 계약 중 차익거래 계약은 42.6%를 차지했다.

특히 2018년 1~9월 체결된 계약은 특정기간 해지된 계약의 59.4%에서 차익거래가 발생했다.

검사 대상 기간 중 GA 판매 보험상품을 대상으로 현행 모집수당 지급 및 환수 기준에 따른 차익거래 발생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GA에게는 해지환급금 외에 모집수당(1626%)과 납입보험료(1200%)의 차이인 426%의 차익이 발생했다.

금감원 측은 “시업비를 통한 매출 확대 전략을 단기적으로 매출 신장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손해보험사간 사업비 경쟁을 촉발시켜 업계 전반의 사업비를 증가시키고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위험 차익의 발생은 작성계약 체결, 보험료 대납, 특별이익 제공, 기존 보험계약 부당 소멸 등 불건전한 보험영업을 유발해 모집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며 “모집수당 지급 및 환수 기준을 보완하고 수수료, 시책비 등에 대한 통제 및 사후관리 업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 메리츠화재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시 적정성 검증을 소홀히 했으며 정보기술(IT) 시스템 품질관리와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은 제재사항과 분리해 공개된 것으로, 제제사항은 향후 별도로 공개될 예정이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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