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뉴스 #더]2019 극장전: 지금까지 이런 관객은 없었다

최종수정 2019-12-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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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겨울왕국2’가 누적관객 천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극장가도 새로운 역사에 한발 가까워졌다. 연간 최다 영화관 관객수로 기록된 2017년의 2억 1,987만명 돌파를 코앞에 두게 된 것이다.

세계 경기에 몰아친 찬바람은 거세도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들며 호황을 맞은 극장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국인의 유별난 ‘영화 사랑’ 덕이다.

우리 국민, 정말 그렇게나 극장에 많이 갈까?
오픈서베이가 14~59세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영화 트렌드 리포트 2019’를 통해 살펴봤다. VOD·OTT 등 다양한 채널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요즘 시대. 그럼에도 응답자 40.6%는 개봉 날을 기다렸다 직접 영화관을 찾는 것을 선호했다.

영화관 방문 횟수는 월평균 1.1회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영화관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화관 방문 횟수가 1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들이 절반(58.9%)을 넘었다.
올해는 극장을 찾은 사람이 특히 많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무려 다섯 편이나 나왔다. 총 네 편(겨울왕국, 국제시장, 명량, 인터스텔라)의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했던 2014년을 뛰어 넘은 기록이다.
▲2019년 천만 관객 영화(개봉 시점)=극한직업(1월), 어벤져스: 엔드게임(4월), 알라딘(5월), 기생충(5월), 겨울왕국2(11월)

이 중 ‘극한직업(1,626만)’과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은 역대 관객수 2위와 5위 영화에 오르며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역대급 사랑을 받았다.

지난 기록들을 깨부수며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국내 극장산업. 그 열기만큼이나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 하나가 바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다섯 편의 영화들은 어땠을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개봉 첫 주 주말 극장 상황을 들여다봤다.

먼저 가장 최근 개봉한 ‘겨울왕국2’의 개봉 첫 주 주말(2019년 11월 22일~24일) 기록이다. 이 영화는 3일 동안 전국 스크린에서 총 45,619회가 상영됐고 상영점유율은 무려 7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스크린에 두 번째로 많이 걸린 영화는 ‘블랙머니’로 점유율은 11.5%에 그쳤고, ‘신의 한 수: 귀수편’ 점유율은 5.6%에 불과했다.

지난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2’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때 시장지배적사업자 즉 독과점 업체로 추정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점유율은 더 높았다.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상영횟수 39,283회에 상영점유율 79.4%로, 같은 기간 점유율 2위인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8.5%)’의 9.3배 수준이었다.

다만 ‘알라딘’의 사례만은 특별했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5월 24일~26일) 15,121회 상영에 점유율 26.3%로 전체 영화 중 2위로 시작했지만, 개봉 6주차(6월 28일~30일)에 들어 점유율 1위(22.7%)에 오르며 역주행한 양상을 보였다.

▲극한직업(개봉 첫 주말: 1월 25일~27일)=상영횟수 30,560 / 상영점유율 52.6% ▲기생충(개봉 첫 주말: 5월 31일~6월 2일)=상영횟수 28,533 / 상영점유율 51.3%
이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더 다양한 선택지를 살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올해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했던 많은 영화 중 두 가지 사례를 꼽았다.

우선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의 모험을 그린 국산 애니메이션 ‘언더독’. 7년의 제작 끝에 세상에 나오며 주목을 받았지만 관객 동원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아들었다. 관객들 입에서마저 상영관수와 상영시간대가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tpgn**** 명작인데 상영하는 상영관이 너무 적습니다. ▲puru**** 영화관 영화시간 늘려주세요. 다양한 영화의 공존도 희망 바람입니다. ▲chat**** 주변 상영관에서 재관람하려 했지만 상영시간이 매우 한정적으로…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 일곱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개봉을 앞두고 영화 쪽이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상영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 스크린 중 겨우 25개관만 배정된 불공정을 향한 항의였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독과점 문제는 국민의 영화 선택 자유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일이다. 시장 지배·경제력의 남용 방지 등을 규정한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원칙에도 위배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영화 정보, 관객 선호도,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상영 기회를 배정한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개선해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계는 2013년 이미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과 부속합의문 등으로 공정한 상영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여기에는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합의에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그사이 극장가는 배급과 상영의 결합으로 스크린 독과점을 부추기는 현상이 점차 심화됐다. 이제는 때가 되면 스크린을 도배한 영화들이 저마다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많은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울지 경쟁하는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런 탓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찬성(72.9%)*’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영화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어서(48.3%), 몇몇 배급사의 독과점이 심한 것 같아서(46.6%)라는 응답이 많았다. *리서치기업 엠브레인, 19~54세 국민 1,000명 조사 결과
정부 역시 때마다 불거지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 작품의 스크린 점유 상한을 50%로 규제(오후 1시~11시)하는 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올해 천만 영화 중 하나인 ‘알라딘’ 점유율의 두 배 정도로 이 역시 적지는 않은 수준이다.

‘규제만능주의’라는 비판은 넣어두자. 영화계를 떠나 어느 분야라도 거대 자본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 혹은 약육강식과 같은 생태계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지금 같은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충분히 확인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의 관심이 극장가에 모인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위한 변화를 시도하기 적절한 때라는 신호가 아닐까.

글·구성 : 박정아 기자 pja@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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