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에 ‘혁신’ 요구받은 이재용···고강도 조직개편 카드 꺼낼까?

최종수정 2019-12-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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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판사 잇따른 개선대책 발언에
발렌베리家 회장 개인적 만남 가능성
재계선 법무실 준법감시팀 강화 거론

“1993년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인가.”(10월 25일 1차 공판)

“또 다른 정치 권력에 의해 향후 똑같은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그룹 차원의 답을 다음번 기일까지 재판부에 제시해 달라.”(12월 6일 3차 공판)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진행 중인 재판부가 잇따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세 차례 공판에서 두 번이나 이 부회장을 향해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재계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정 판사의 단순 ‘첨언’이 아닌 뚜렷한 속뜻이 담긴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정준영 판사는 법조계에서도 단순 처벌보다는 재발 방지나 치료에 목적을 둔 인물로 꼽힌다”며 “내부에서도 다소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내 거나 하는 것에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 정 판사는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허가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통령의 자택 휴식을 허용하고 외출과 통신은 금지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의 개인적 사유를 최대한 참작한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팽배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정준영 판사는 합리적이면서도 소신이 매우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특히 판사로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소명 의식도 뚜렷해 기계적인 판결에만 매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 판사의 이런 면을 현 상황에 빗대 이 부회장의 ‘작량감경’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도 내놨다. 작량감경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춰 과중하다고 인정되면 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정농단과 관련해 뇌물죄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뇌물액이 70억원에 달하지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점도 구태여 능동적으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 일이 없었으며 그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수동적’ 성격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정 판사는 1차 공판에서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이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1월 17일 열리는 4차 공판을 앞두고 정 판사의 ‘숙제’가 던져진 만큼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고강도 조직 개편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삼성전자 3인 사장 체제 유임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준법 지원’ ‘책임 경영’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호응하는 체질 개선에 오히려 집중할 것이란 예측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미 재판부가 지적한 것들을 받아들여 지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하고 대관 업무 조직을 없애는 등 한 차례 변화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법무실 내에 둔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팀 강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현재 이 팀은 판사 출신 김영수 팀장(전무대우)이 맡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상세히 기술하는 등 힘을 쓰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과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가문의 수장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의 회동을 주목하는 시선도 나왔다. 발렌베리 회장은 오는 18일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고 방한 기간에 이 부회장을 따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사회에서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가문으로 꼽히며 삼성이 기업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에는 이 부회장의 지시로 삼성전자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렌베리그룹의 지배구조와 사회공헌활동 등을 연구했다.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모토는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로 가족경영 체제에서도 분야별 전문경영인 기용에 힘쓰고 있다. 이 부회장은 5대 후계자인 발렌베리 회장과 15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로 개인적 친분도 두텁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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