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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EU, 양자기술 ‘패권 전쟁’···한국은 이제 첫 발

미-중-EU, 양자기술 ‘패권 전쟁’···한국은 이제 첫 발

등록 2019.10.20 09:00

이어진

  기자

EU ‘퀀텀 플래그쉽’ 통해 10억유로 양자기술 10년간 투자양자기술 원조, 컴퓨터·시뮬레이션·통신 전방위 산업화 추진미국, 양자컴퓨팅에 5년간 12억달러 투자···백악관 자문위도중국, 2020년까지 100억달러 투자···통신도 기술 경쟁력 확보한국, 이제 막 지원책 시작···국회서도 양자 지원 법률화 추진곽승환 IDQ 부사장 “한국, 마음만 먹으면 글로벌 추격 가능”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EU 산하 퀀텀 플래그쉽의 양자 기술 관련 컨퍼런스. 이날 행사에는 유럽 양자 전문가, 과학자, 정책 입안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EU 산하 퀀텀 플래그쉽의 양자 기술 관련 컨퍼런스. 이날 행사에는 유럽 양자 전문가, 과학자, 정책 입안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강국들이 저마다 양자컴퓨터, 통신 등의 분야에 조단위급 투자계획을 수립하며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양자컴퓨팅에 12억달러, 중국은 100억달러 투자 계획을 확립했다. 양자기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EU는 10년 간 10억유로를 투입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자컴퓨팅, 시뮬레이션, 센싱, 통신 등의 전방위에 걸쳐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을 리딩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국회에서는 양자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 관련 법률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내 손꼽히는 양자 전문가인 곽승환 IDQ 부사장은 한국이 ICT 강국인만큼 국내 대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잡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U 산하 퀀텀 플래그쉽은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출범 첫 컨퍼런스를 열었다. 양자 분야 저명한 전문가, 과학자,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양자 기술 생태계 현황과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퀀텀 플래그쉽은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EU가 출범시킨 양자 관련 유럽 대표 기구다. EU는 퀀텀 플래그쉽을 필두로 양자 기술 분야에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퀀텀 플래그쉽은 유럽 전역의 학계, 산업계, 양자기술 전문가 5000여명과 각국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퀀텀 커뮤니케이션(통신), 양자컴퓨팅, 시뮬래이션, 센서, 기초과학 등 전방위에 걸쳐 보유한 기초 기술들을 산업화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17일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진행된 첫날 컨퍼런스에는 약 200여명의 EU, 정부기관, 기업, 대학 등 양자 관련 인사들이 모였다. 카릴 로하나 유럽집행위원회 통신-콘텐츠 기술 담당 임원, 위르겐 믈뤼넥 퀀텀 플래그쉽 SAB 의장, 안티 바사라 핀란드 국립연구소원장, 양자컴퓨팅 솔루션 업체 IQM의 얀괴츠 CEO 등이 연사로 나섰다.

카릴 로하나 유럽집행위원회 임원은 유럽은 세계 최고의 양자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기술부터 산업화까지 전방위에 걸쳐서 양자 분야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알리나 히어쉬만 퀀텀 플래그쉽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한국기자단과 만나 “퀀텀 플래그쉽 과제들은 굉장히 큰 규모,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되는 과제”라면서 “유럽인들이 만든 양자 물리 연구들을 실제 산업화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U가 적극 나서는 이유는 원천적 기초 기술력의 근간이 유럽이기 때문이다. 양자와 관련한 상당수의 기초기술 연구 성과는 유럽에서 나왔다.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등의 기술의 근간이 되는 양자역학이 성립된 곳도 유럽이다.

유럽이 기초를 닦아놓은 기초연구를 근간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서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을 높여나가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기술 자회사인 IDQ의 곽승환 부사장은 “중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실제 산업화가 되고 있는 상황 속 모든 양자 기술의 기본이 유럽에서 발생했다”면서 “유럽이 중심이 되서 양자 산업을 리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U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양대 강국도 양자 기술 개발에 조단위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회는 지난해 12월부터 5년 간 12억달러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서명했다. 에너지부,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 국립과학 재단이 미국 양자 기술 개발의 핵심 주체다.

이와 별도로 양자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 양자 조정 사무소와 백악관에 양자 산업 정책을 조언하는 자문위원회가 신설돼 국책과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0억달러를 투자해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리진빈 안후이성 성위서기는 “양자컴퓨터가 제조, 바이오, 금융 등과 융합되면 산업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강력한 개발 의지를 밝혔다.

중국은 양자컴퓨팅 뿐 아니라 양자암호통신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2000km 구간에 세계애서 가장 긴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지난 2016년 8월에는 세계최초로 양자 위성 ‘모즈’를 지상에서 500km 떨어진 우주궤도에 쏘아올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양자암호통신을 지상 통신망이 아닌 위성을 통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사진=SK텔레콤 제공.사진=SK텔레콤 제공.

한국은 양자기술 개발의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올해 초 양자컴퓨팅 핵심 기술 개발에 5년 간 44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액 측면에서는 EU,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강자들과 비교해 다소 초라한 수준이다.

국회에서도 양자기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양자응용기술 및 산업 진흥을 위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16일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보통신 정의에 ‘양자응용기술’을 추가, 양자 개념을 도입해 연구개발사업 지원, 전문인력 양성, 국제표준화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양자응용산업 클러스터 추진 내용도 포함됐다.

곽승환 IDQ 부사장은 글로벌 강국들이 조단위 투자 계획,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마련하며 양자기술 관련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아직 우리나라에게도 기회가 충분히 많다고 주장했다. 양자 기초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실제 산업화에 있어서는 ICT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나라가 그에 있어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곽승환 부사장은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자와 관련한 산업화에서는 기존 ICT 기술이 얼마나 발전해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의 경우 양자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를 단행했지만 ICT 기술이 부족, 인력들이 오히려 해외로 나갔다”면서 “한국은 ICT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인텔을 따라잡는데 오래 안걸린다. 이런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분들 가운데 해외에서 연구개발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을 다시 한국으로 모으고 투자하면 양자 기술은 꿈 같은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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