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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재무라인은 건설 CEO ‘직행 티켓’

현대차 재무라인은 건설 CEO ‘직행 티켓’

등록 2019.10.08 08:14

수정 2019.10.09 09:16

김성배

  기자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부장 때부터 재경·재무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금융부장 출신정항기 대우건설 CFO도 현대차 등 범현대가돈흐름에 훤하고 대처능력 빨라···신사업 기대

현대차 재무라인은 건설 CEO ‘직행 티켓’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재경·재무·금융라인 출신들이 대형건설 CEO(최고경영책임자)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 전공이 경영학(MBA)인 재무통으로 그룹 내외부에서 돈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훤하고 빠른 대처능력도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라는 완성차 제조업 베이스에서 원가 관리 비용 절감 등에 탁월한 재무적 감각을 기반으로 수주 산업인 건설업에서도 영업이익 등 수익성 향상은 물론 그룹 신사업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에서도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을 이끄는 김대철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1958년 서울 태생인 그는 서라벌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국제종합금융에서 일하다가 1991년 현대자동차 국제금융부장과 1998년 현대자동차 회장실 부장을 지냈다.

정몽규 현 HDC그룹 회장과 인연도 이 때부터다. 이들은 학부로 봐도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사이다. 특히 1999년 고 정세영 전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계열 분리하며 현대산업개발 시대를 열기 직전 정몽규 회장은 현대차 회장으로, 김 대표가 현대차 국제금융부장을 거쳐 회장실 부장으로 지근거리에서 그를 모시기 시작했던 것.

김대철 대표가 정 회장의 최측근 중 측근으로 복심(腹心)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현대차 국제금융부장 일때부터 정 회장이 김 대표를 눈여겨보고 현대차를 사촌형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겨주면서도 그를 빼앗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 기획본부장을 거쳐 아이콘트롤스 대표이사 사장, HDC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2018년)으로 선임됐다. 그룹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두루 거쳐 온 재무와 기획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지주회사 출범 이슈를 사실상 무리없이 마무리하는 등 리스크 대응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는다.

그룹 내 신사업도 그가 챙기고 있다. 국내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전이 대표적 사례다. 그룹 전체적으로 건설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면서도 호텔 리조트 유통 면세 디벨로퍼부터 항공업 등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본 입찰에서 애경그룹 강성부 펀드 등과 일전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 활동도 눈부시다. 지난 2018년 대형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에 올라 업계 의견을 정부나 정치권에 전달하는 등 건설업계의 대변인 역할도 직접 수행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과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대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점과 유사하다.

최근엔 주택협회 출입기자들과 만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미래 주택공급을 줄여 가격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제도시행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을 진두지휘하는 박동욱 대표이사 사장도 전형적인 현대차 재무통이다.

1962년 경상남도 진주 태생으로 진주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1999년 현대자동차로 옮겨 재무관리실장을 지내다 2008년 12월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다.

2010년 12월 재경사업부장, 현대자동차 전무를 역임한 뒤 2011년 4월에 현대건설로 다시 돌아왔다. 2011년 12월 현대건설 재경본부장과 부사장을 맡았고, 2018년 1월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렇듯 현대차그룹 부장 시절부터 대부분 직책이 재경이나 재무 파트에서 일할 정도로 그룹내 정통 재무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재무통이면서도 꼼꼼하면서 결단력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 공대출신 엔지니어가 관행처럼 꿰차던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 CEO 자리를 재무통인 그가 오르면서 정의선 총괄부회장 시대에 맞는 50대 대표이사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2018년을 전후로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김용환 부회장 등 구시대 인물들이 물러나면서 현대건설에서도 새대교체 선두주자로 그가 나섰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80세를 훌쩍넘긴 정몽구 회장에서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 시대로의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실상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나 직상장 등 그룹 지배구조 이슈도 그룹 재무전문가인 그의 미션이란 얘기가 있다.

CEO는 아니지만 CFO로 넓혀보면 정항기 대우건설 부사장이 현대차 재경본부 출신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현대건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이사 등을 거친 재무 전문다. 2008년 현대차그룹을 떠나 현대그룹의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증권에서 경영기획본부장, 채권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2년 반 넘게 현대증권 사내이사에 올라 이사회 일원으로 회사를 이끌기도 했다.

이후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대차 재경본부부터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증권 사내이사, 사모펀드 부사장까지 이력을 봐도 범현대가 재무라인 대표주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8월부터 대우건설 부사장 겸 CFO로 등극하면서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선박임대업 리츠 등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신사업도 그가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재무라인이 대형건설 CEO로 맹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사이 현대차그룹의 위상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계도 완성차 제조업과 같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원가 절감이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점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의 사례가 보여주듯 금융이 건설한다는 말이 현실화하는 날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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