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만 불나는 ESS···원인은 아직도 ‘아리송’

최종수정 2019-10-0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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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화학 경영진, 국감증인 채택
정부 조사와 달리 배터리 결함 의혹 증폭
업체들, 억울하단 입장···해외선 화재 없어
정부 관리감독 미흡으로 화재 재발 지적도

한동안 잠잠하던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또 다시 연쇄적으로 불이 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일찌감치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지만, 비공식적으로 리콜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며 화재 원인을 둘러싼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ESS업체 경영진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업체로 화살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이날 국감에서 ESS 화재 문제를 다룬다. 증인으로는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과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이 채택됐다. 두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국내 시장 역시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두 업체가 이번 국감의 타깃이 된 이유는 지난 6월 정부의 화재원인 조사 결과와 안전강화 대책 발표 이후 3건의 추가 화재가 발생한 영향이다. 정부는 2017년 8월부터 1년 9개월간 ESS 설비에서 23건의 화재가 발생하자 지난해 말부터 모든 ESS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정부는 제품 결함이 아닌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 및 관리체계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또 발표 8일 뒤 ESS 전 사업장에 공문을 보내 안전조치 사항을 통보하고, 이행 결과 보고서 제출을 지시했다.

하지만 8월 말 충남 예산에서 ESS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9월 24일과 29일 강원 평창, 경북 군위에서 잇따라 불이 났다. 이를 두고 국감에서는 “정부가 제조사 결함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자위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체 화재 사고 26건 중 14건이 LG화학이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한 초기 ESS 제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이후 생산된 제품에서는 단 한 차례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훈 의원 측은 “정부가 LG화학에 비공식적으로 전면적인 배터리 교체를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2017년 초기에 생산한 일부 제품에서 결함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공정과 설계 개선, 검사 공정 등을 강화했고 현재 모든 개선 조치를 완료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선행적인 안전관리 차원에서 모든 사이트 점검으로 잠재불량군에 대한 선별교체까지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보다 ESS가 더 많이 팔린 해외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제품 결함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이다. 또 다중장치인 ESS의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만 있다고 몰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SS는 배터리 뿐 아니라 BMS(배터리관리시스템), PCS(전력변환장치),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정부가 안전대책을 충분히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이 추가 화재를 일으킨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ESS 사업장 1173개 중 안전조치를 이행했거나 아예 ESS를 철거한 업체는 104개에 불과하다. 이미 9월에 모든 사업장으로부터 이행 결과 보고서를 제출 받아야 했지만, 산업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ESS는 설치 과정이나 노출 환경, 관리 능력 등에 따라 변수가 큰 장치이고, 정부도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국감 증인으로 불러 책임 소재를 묻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업체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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