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日 몽니에 삼성·SK·LG “버틴다”···골든타임 5개월?

최종수정 2019-07-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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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서 대기업 ‘기초체력’ 확인
“단순 예상과 예상 후 대응 밑그림은 달라” 반론도
시장에서 떠오른 M&A 등 전문가 진단은 ‘진행형’
안일했던 정부와 중소기업 ‘생존’엔 여전한 물음표



일본의 수출 규제 ‘몽니’를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면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인 간담회에 이어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 응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입을 통해서다.

동시다발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시각이 드러나며 사태 해결 실마리와 대기업 기초체력이 확인됐다. 반면 정부의 부족했던 위험 대비도 일부 사실로 입증됐다.
①정부는 예상하지 못했나? ②기업들은 버틸 수 있나? ③사태는 언제 끝날 것인가?

지난달 말 사태 촉발 이후 의문은 3가지로 요약됐다.

결과적으론 시장의 비판과 전문가 진단이 순도 높게 맞아떨어졌다. 이는 “아직은 버틸 수 있다”라는 안도와 함께 “왜 좀 더 일찍 대비하지 못했느냐”라는 씨줄과 날줄로 묶였다.

◇정부는 어디까지 내다봤나? = 먼저 정부는 희미하게나마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인식했다. 일본 정부의 강경 노선에 비춰 일부 우려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당장 직면할 수 있는 현실로 바라보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급소를 찔렸다”라는 시장의 표현이 전혀 틀리지 않은 비유가 됐다.

기업인 간담회 후 관측을 종합하면 정부에서는 앞서 6개월가량 부품·소재 장비 관련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조만간 이를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다. 지속해서 악화한 한일 관계에서 속에서 반년 전부터 일본이 어느 정도의 ‘보복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는 점은 내다본 셈이다.

반면 이낙연 총리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나름대로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삼성도 많은 돈을 투자해서 대비해 왔다”며 정부의 사전 인지 가능성엔 즉답을 피했다.

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사태 촉발 이후 “앞으로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물러선 것과 다를 바 없다. 홍남기 부총리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우리의 보복대응시 양국 모두 GDP 손실 등을 떠안을 것이라고 데이터를 제시한 것과는 상반됐다. 정부 관료라는 조심스러운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구체적인 준비’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일했다는 비판이 타당하게 받아들여진다.

재계 관계자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뒤 대응 밑그림이라도 그려놓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일갈했다.

◇기업들 “버틸 수 있다”…근거는? = 핵심 궁금증 중 하나인 국내 기업의 ‘기초체력’은 어느 정도 확인됐다. 이날 삼성, LG, SK 등은 “당분간 버틸 수 있다”라는 의사를 기업인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근거로는 가장 집중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세계 1위 생산국이다. 일본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미국 등 선진국 제조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일본의 조치가 애플 아이폰이나 델 노트북 등 미국 기업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감산’ 검토도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쳐 가격 상승이란 이슈까지 몰고 올 것으로 파악됐다.

잠잠한 미국이 이런 영향 때문에 일본의 보복 철회를 어떤 형태로든 압박할 경우 현 사태가 언제까지고 이어질 순 없다는 계산이다. 외교 라인에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인사들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다. 앞서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도 관련 안건을 긴급 의제로 상정했다.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입규제 강화 때문에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이 올라 세계 경제가 악화된다”며 “장기적으로 이들이 일본 기업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내면 일본 기업도 시장을 잃는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소재기술 그룹장을 지낸 이력 등으로 현장에 능통하다.

그는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 직후 인터뷰에서 국내 관련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등의 대응책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청와대 간담회에서도 M&A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고민정 대변인이 밝혔다. 일본 공급망 대안으로는 러시아와 독일이 거론됐다.

102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현금성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당분간은 아쉬울 게 없다는 평가다.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많다는 것은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척도다. 이낙연 총리는 “기업들이 부품 소재를 확보하느라 애쓰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내 우회적 수입을 검토하는 한편 수입 다각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화 국면 예상도…골든타임 최대 5개월? = ‘당분간’이란 전제를 깔고 보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문제는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당분간이란 꼬리표에서 벗어나자는 요구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 등을 통해 ‘장기화 국면’을 암시했다. 이것을 꼭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보다는 최악의 경우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추자”고 했다. 이어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 협력을 더욱 확대하길 바란다”며 “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중심이며 특히 대기업의 협력을 당부한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의 협업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버티면서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는 와중에 생존해야 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 제조업체 269곳을 대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묻자 30.1%가 ‘3개월 이상 6개월 이내’라고 답했다.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이라는 답변도 23%로 나왔다. 앞으로 1개월도 버티기 어렵다는 기업도 5.9%나 됐다. 나머지 41%가 ‘6개월 이상’이라고 답했다.

주문 기간 등 공정 과정을 고려하면 5개월 안으론 해결돼야 하며 당연히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다만 아베 총리가 오는 21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지지층 결집용으로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의심이다.

정부의 촘촘한 외교전과 국내 대기업의 수입 다각화 노력이 뒷받침되면 일본 정부가 언제든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수출 규제로 우리 못지않게 피해가 예상되는 일본 내 여론도 좋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해 문제가 생기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가 멈추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일본 정부의 철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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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일본 #반도체 #삼성 #SK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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