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도시 리포트⑤]실패한 정책 재활용하는 국토부

최종수정 2019-07-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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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도시, 배드타운·고령화로 유령도시 전락
“3기 신도시 정책, 다마뉴타운 반면교사 삼아야“

“국토부는 일본의 다마신도시를 상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그 나라에,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국민들에게,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국토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은 경기도만의 피해가 아닌, 국가 전체에 몇 십년간 지속될지 모르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입니다.”

3기 신도시 지정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 중 일부다. 국토부가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주변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섰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신도시 정책의 모델이 되었던 일본의 다마(多摩)신도시가 유령도시로 전락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50년대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쿄 인구 급증과 주택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주택난을 해결하고자 신도시 1960년에 최초의 신도시인 오사카 센리(千里)뉴타운, 1965년 도쿄 다마(多摩)뉴타운을 건설했다.
일본 신도시를 대표하는 다마뉴타운은 도쿄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30㎞ 거리에 있는 3000만㎡(902만평), 인구 30만명의 뉴타운으로 녹지와 공원이 전체면적의 32%나 달한다. 한국의 분당신도시보다 크지만 계획인구는 9 만명이 적은 쾌적한 도시로 ‘꿈의 신도시’로 불렸다.

그러나 다마뉴타운은 도쿄 신주쿠역에서 30㎞나 떨어져 있어 급행열차를 타도 40분이나 걸려야 올 수 있어 직장인들이 출퇴근하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다. 다마역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까지의 거리 또한 3㎞나 떨어져 있다. 다마뉴타운에 사는 사람이 도쿄에 출근하려면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데다 전철요금도 비싸 젊은이들은 살기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또 일본의 인구감소와 노령화는 자족기능이 없는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엔 더 좋은 입지의 신도시가 늘었다. 결국 인구이탈이 가속하면서 2000년대 초반 40만명이던 인구는 20만명 중반대로 곤두박질쳤고, 노인들만 남은 올드타운이 되어버렸다.

현재 다마뉴타운의 고령화 비율은 이미 25%를 돌파했고, 주택 가격도 20년 전보다 60% 이상 떨어졌다. 그럼에도 자족기능이 없고 젊은 인구가 유입되지 않고 있어 올드타운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미 집값이 바닥까지 떨어져 재건축도 요원해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일본은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이후 경기가 얼어붙자 1980년대 후반부터는 신도시 개발 자체를 포기했다. 1965년 시작한 신도시 개발은 30년만에 완전히 멈춘 상태다.

신도시 모범사례로 꼽히던 일본 다마의 몰락이 집중 조명되기 시작하자 쇠락한 구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1월‘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에서 “신규 개발보다 국토 재생 중심으로 기조를 전환한다. 기존 도심의 중추기능 회복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제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도시 정책의 흐름을 뒤집으며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대책을 갑자기 꺼냈다. 대출 제한 등 고강도 수요 억제 대책에도 집값 과열이 진정되지 않자 꺼내든 해법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7일에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에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추가해 다섯 곳을 3기 신도시로 확정했다. 2022년부터 3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신도시포럼’ 축사에서 “수도권 가구 가운데 자가를 보유한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을 발표한 건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다마뉴타운의 문제가 몇 년 뒤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도시(newtown)를 만들 때 자족기능이 없는 베드타운으로 만들었다가 인구 감소와 노령화 추세 속에 공동화된 ‘올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기 신도시의 급속한 공동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택지개발이 ‘신도시의 양극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남양주 다산 등 인근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만들어만 놓고 후속 조치는 게을리했던 신도시 정책에 대한 울분이 드디어 터져 나온 것이다.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경쟁자가 생긴다니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2기 신도시는 자족기능은 거의 없고 오직 잠만 자는 베드타운의 기능만 있는 상태이다. 주민들은 2기 신도시 개발이 완료된 뒤 3기 신도시를 개발하라고 주장한다. 일산은 1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먼 데다 이미 주택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2기 신도시들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운정신도시와 검단신도시, 옥정신도시는 아직 개발을 끝내지 못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주택정책 방향은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구도심의 재생과 활력화다. 거점도시의 전문화를 통해 인구소멸 가능성을 방지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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