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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때문에?”···지분 내다 파는 오너家

“상속세 때문에?”···지분 내다 파는 오너家

등록 2019.06.17 17:08

수정 2019.06.20 07:50

이지숙

  기자

에넥스, 박진호 회장 일가 상속세 납부 위해 주식 매각제이에스티나 오너일가도 ‘증여세 세금납부’ 이유 들어두산 오너일가 5월 70만주 시간외매도···651억원 규모정부 ‘기업상속공제 개편안’ 발표···요건 일부 완화

정부가 최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가업 상속 공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기업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완화를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공제요건이 과거에 비해 완화됐고 가업상속이 경영성과나 투자·고용 유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3, 4세들의 상속이 이어지며 가업승계를 위해 지분을 매도하는 오너가도 나타나고 있다.

1, 2세대 기업 총수들이 별세하면서 한진 등 여러 대기업에서 재산 상속이 동시에 진행되며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높은 상황이다.

특히 쓰리쎄븐(777)의 일화는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보여주는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한때 세계 1위 손톱깍이 회사였던 쓰리쎄븐은 2008년 창업주인 김형규 회장이 별세하자 유가족이 경영권을 이어받으려 했으나 시가 370억원어치 지분에 150억원의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야해 결국 제약업체 중외홀딩스에 지분을 넘겼다.

이후 1년만인 2009년 김상묵 대표와 창업주 2세들이 티에이치홀딩스를 설립, 중외홀딩스에 인수됐던 쓰리쎄븐을 다시 인수해왔으나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속세 때문에?”···지분 내다 파는 오너家 기사의 사진

국내 2위 주방가구회사인 에넥스도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의 차남인 고 박진호 전 사장의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해 보유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1월 27일 고 박진호 전 사장의 부인인 김미경씨는 보유 중이던 에넥스 주식 22만1880주를 장내매도했고, 28일 추가로 15만주를 내다 팔았다.

차녀인 박수정씨도 작년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 5차례에 걸쳐 주식 보유주식 전량인 24만8000주를 팔아치웠다. 두 사람은 변동사유에 대해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주식 장내매도”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 밖에 박유재 명예회장의 부인 정숙자씨도 작년 6월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도 중이다. 정숙자씨는 올해만 86만4967주를 장내매도 했으며 이는 약 13억6169만원어치다.

2017년 지분이 2.79%에 달했던 정숙자씨의 보유지분은 현재 0.17%까지 줄었다. 업계에서는 정씨의 지분매각에 대해 향후 증여 및 상속을 염두 해두고 보유지분을 매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논란이 됐던 제이에스티나 오너일가 또한 주식 매도 사유에 대해 “증여세 세금납부와 대출상환을 위한 지분 일부 처분”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에스티나 오너 일가는 1월 29일부터 2월 12일까지 14차례에 걸쳐 시장에 지분을 내다 팔았다. 이들이 내다 판 지분은 54만9633주, 49억6099만원어치다.

김기문 회장의 자녀인 김유미, 김선미씨는 1월 29일 각각 4만주와 5만주를 장내매도 했으며 이후에도 2월 1일 각각 2만2000주, 3만5000주를 또 다시 내던졌다.

김 회장의 동생이자 제이에스티나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기석 대표도 수차례 지분을 내다 팔았다. 김 대표는 2월 1일, 2월 8일, 2월 11일과 12일 연이어 총 34만6653주를 팔아치웠다. 친인척으로 분류되는 최희진씨와 김명종씨는 보유지분을 모두 매도했다.

이에 따라 김기문 회장 외 특수관계자의 지분 합계는 기존 35.58%에서 32.34%로 3.24% 감소했다.

제이에스티나는 연초 주가가 급등한 사이 실적 부진 공시 발표를 앞두고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대량 매도해 금융당국이 불공정 주식거래 혐의로 조사 중이다.

두산 오너일가도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특수관계인들이 시간외대량매도를 했다고 공시했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 9인은 지난 28일 보유주식 총 70만주를 시간외매도했다. 처분단가는 9만3000원으로 651억원 규모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지분매각에 대해 상속세 마련을 위한 선제적인 매각 결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재계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개편안의 핵심은 승계 과정의 상속세·증여세를 최대 20년간 나눠 낼 수 있고 사후관리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했다. 업종변경 등 예외도 확대했고 자산유지 의무도 업종변경 등 예외적 상황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가업상속세 개편안은 경제활력 제고의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규모에 의한 차별’이라는 고질적인 비합리성을 재차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깊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이 까다로워 상속을 포기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억지로 가업상속공제의 확대 및 요건 완화는 소수 부자를 위한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인원은 전체 피상속인의 0.02%에 불과해 소수의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며 “가업상속은 명칭과 달리 특정 가문의 경영권 상속을 위한 제도로 가족기업의 경영성과가 우수하거나 투자, 고용을 유지한다는 주장을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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