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유죄 프레임’에 갇힌 한국 대표기업

최종수정 2019-06-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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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설립일 넉달 남짓···미래 전략 안갯속
“비전 선포할 틈이나 있을까요?”···경영진 속앓이
年 150회 이상 압수수색···발목 제대로 잡힌 삼성

삼성서초사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창립 50주년이면 비전 선포나 미래 청사진 구축에 한창이어야 할 텐데 그럴 겨를이나 있을까요?”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을 둘러싼 수사 기류와 분위기에 고개를 저었다. 객관적 사실을 서두에 두고 촘촘히 들여다볼수록 지금과 같은 ‘여론몰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간판인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피의사실 공표라는 검찰의 의도적인 흘리기가 아니면 수사 과정에서 나온 추측이 그대로 전달될 순 없는 것 아닙니까.”

형법은 수사 기관이 피의 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일반에 공개 또는 공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 수사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삼성은 삼성대로 속앓이를 하고 재계 전반엔 피로감이 번졌다.

◇재계 “피의사실 공표 되나?”…거듭된 여론전에 한숨 = 숨죽이던 삼성이 발끈하고 재계가 분통을 터뜨린 건 지난 10일 밤이었다.
이날 SBS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없애기로 한 회의가 지난해 5월 5일 열린 뒤 닷새 뒤인 5월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승지원’ 회의가 있었던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선 검찰이 승지원 회의에서 이 부회장에게 대응 방안 등이 보고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내용도 전달됐다.

보도 직후 삼성은 “회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현황과 의약품 개발과 같은 두 회사의 중장기 사업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지난달 23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수사와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여 일이 지나 이날 재차 그룹 공식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기업이 공식 설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오히려 이러면 또 다른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알 텐데 얼마나 답답하면 하나하나 해명했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익명이 보장되면 목소리를 높이는 재계 인사들과 반대로 삼성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의 공식 입장은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짤막함뿐이다. 앞서 해명에서도 삼성은 이런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수사 협조’라는 태도 외에 조금이라도 말이 나오면 수사에 미온적인 것처럼 보일까 봐 삼성이 사전에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죄로 단죄하고 역추적?…그룹 컨트롤타워 ‘시계제로’ = 삼성과 재계의 한숨은 ‘유죄 프레임’에서 시작됐다. 검찰이 전부 이 부회장 ‘승계’에 초점을 끼워 맞춘 뒤 역으로 이를 수사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검찰이 지난 11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한 것을 두고 ‘윗선’ 수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추측하는 것과 이 사건을 지금 당장 이 부회장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함께 놓고 보는 예상까지 더해졌다.

또 다른 쪽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은 삼성 임원들이 예전과 달리 술술 불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까지 떠돈다”면서 “증거에 기반한 수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푸념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가 사실로 드러나야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도 성립되는 데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그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년 전보다 27% 떨어졌고 삼성전자는 10% 이상 추락했다. 그룹 전체로 보면 지난 1년간 150회 이상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그룹 존립 기반을 흔드는 사안에 발목 잡히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공격적인 미래 사업 제시는 찾아볼 수 없다. 100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두고도 최고경영진이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 관련 수사가 지속되고 분식 회계 사안까지 겹치면서 중장기 전략을 짜야 할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는 가동을 멈췄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각종 투자와 현장 행보를 하면 할수록 무언가 감추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청와대나 정치권 인사와 한자리에 있어도 문제고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놔도 문제로 인식된다.

그 와중에 대외적으론 미·중 무역 분쟁까지 극단으로 치달아 삼성은 두 국가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2년간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언제 다시 반등할지 알 수 없다는 게 관련 업계 중론이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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