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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에 칼 겨눈 KCGI, 실력행사 나선 배경

조원태 회장에 칼 겨눈 KCGI, 실력행사 나선 배경

등록 2019.06.05 11:43

이세정

  기자

퇴직금·회장 직함 등 절차 적법성 따져총수일가 약점찾고 2대주주 영향력 과시 목적퇴직금 규모 파악, 상속세 납부 여력 확인 의도이사진 압박도 가능···독립성 여부에 이의 제기임시주총 요구, KCGI 측 이사 진입시도 가능성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한 경영권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KCGI는 조원태 회장의 승계 과정과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이 정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했다.

재계에서는 KCGI의 이번 행보가 본격적인 세(勢)대결에 앞서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정당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2대주주 영향력을 과시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진칼 경영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며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한진칼로 이와 관련된 소장이 송달된 것은 일주일이 지난 이달 4일이다.

KCGI가 요구하는 내용은 2가지다. 가장 먼저 조 전 회장에 대한 퇴직금 및 퇴직 위로금 지급이 정당한지 여부를 가리자고 주장이다. 세부적으로는 ▲임원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이하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 여부 ▲퇴직금 규정에 대한 이사회 결의 여부 ▲퇴직금 지급 규정의 제정 주체 ▲한진칼 설립 이후 현재까지 퇴직금 지급 규정에 따라 지급된 경우 이에 찬성한 이사들 명단 ▲조 전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액수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관련한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 명단 6가지다.

또 조 회장이 회장 직함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적법성을 가려야한다는 입장이다. ▲4월24일 이사회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가 이뤄졌는지 여부 ▲회장 선임이 적법하지 않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자료나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기재한 경위와 지시자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 등 한진칼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도 회장으로 기재됐는지 여부 등 3가지를 요구했다.

KCGI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진에도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지급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볼 검사인 선임을 요구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KCGI의 이 같은 움직임 두고 본격적인 경영권 다툼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검사인 선임 청구 자체가 법정공방을 시사하는 만큼, 조 회장 측과 협상으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관련해서는 2가지를 노리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 규모를 파악하려는 목적이 우선이다. 이 돈은 향후 2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총수 일가의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대한항공은 조 전 회장의 대표 상속인이자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약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대한항공은 2015년 주총에서 회장의 경우 재직 1년에 6개월치의 보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을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의 임원 퇴직금 산출 기준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KCGI가 조 전 회장의 한진칼, ㈜한진 퇴직금 규모를 알아내고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납부 여력을 따져 대응전략을 마련하려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절차상 문제점을 찾아내, 법적으로 퇴직금 지급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진칼과 ㈜한진 이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압박 의도가 깔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KCGI는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의 명단’을 요구했는데, 조 회장 측 인사들을 추려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다.

더욱이 찬성율이 공개되면, KCGI가 이사회 독립성 보장 여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KCGI 측은 이사진 교체의 빌미를 잡을 수 있다.

조 회장의 승계 과정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2대주주로서 영향력을 드러내려는 목적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진칼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만장일치로 대표이사에 선출됐다. 회장직 역시 모든 이사진의 동의를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문제될 사안은 없지만, KCGI의 문제제기 만으로 조 회장의 경영승계 정당성은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CGI는 대주주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또 “KCGI 측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온다면 수용하겠지만, 주주로서 만나는 것일 뿐”이라며 KCGI와의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발언과 달리 KCGI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주총에서 힘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빨리 양측이 충돌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KCGI는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 조 전 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1석을 KCGI 측 사외이사로 채우거나 기존 이사진을 교체하려는 시도가 가능하다.

더욱이 조 회장 측의 위법 사실이 밝혀진다면, KCGI는 적대적 M&A 과정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5.98%로, 1대주주인 조 전 회장의 지분(17.84%)과의 차이는 2% 미만이다. 총수 일가는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합치면 28.93%로 우위에 있다. 하지만 KCGI의 추가 매집 기회가 여전히 열려있고,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만든다면 경영권을 찬탈할 수 있다.

한진그룹은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그룹 측은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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