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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은폐·조작 정말 몰랐을까?

[인보사 퇴출]이웅열 은폐·조작 정말 몰랐을까?

등록 2019.05.29 15:31

이세정

  기자

코오롱생과·티슈진, 조직적으로 오류 은폐유전자 개수·위치 변화, 식약처에 보고 안해연골세포 아닌 신장세포 인지···의도적 조작업계 “이 전 회장 등 진실 공유 가능성 높아”

이웅열 은폐·조작 정말 몰랐을까? 기사의 사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의 책임론에 휩싸이고 있다. 이 전 회장 결단 아래 인보사 개발이 시작됐고, 지난해 11월 경영퇴진을 선언하기 전까지 바이오 사업을 총괄한 만큼 이번 사태에 깊숙이 관여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생과)과 이우석 코오롱생과 대표이사를 형사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인보사는 동종유래 연골세포(1액)과 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2액)으로 구성되는데, 코오롱생과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 또 코오롱생과가 제출한 자료가 허위인 데다 의도적으로 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이 전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이하 티슈진)은 2016년 10월 2액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를 유전체염기서열로 분석한 결과, 유전자 삽입개수 및 위치가 다른 사실(14개→35개)을 파악했다. 티슈진은 3개월 앞선 7월에 이미 실험의 중간결과를 코오롱생과에 이미 보고했다.

코오롱생과가 식약처에 인보사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2016년 7월이다. 2017년 7월 허가가 나기까지 1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식약처에 신청서를 냈다. 윗선에 보고 없이 계열사 임원이나 연구원이 독단적으로 사실을 은폐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당시 수뇌부이던 이 전 회장 묵인 하에 자료들이 숨겨졌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석연찮은 부분은 또 있다. 티슈진은 2017년 4월 위탁생산업체 ‘론자’의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검사로 인보사의 의약품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보사가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2017년 7월보다 약 4개월 앞선 시기지만, 티슈진은 같은 해 7월13일에야 코오롱생과에 이 결과를 통지했다.

코오롱생과가 티슈진으로부터 론자의 실험결과를 보고받은 날은 식약처 허가가 난 바로 다음날인 7월12일이다. 코오롱생과에 따르면 12일에 일본 미쓰비시다나베파마와 회의가 있었고, 미쓰비시가 인보사 2액에 대한 STR 검사 결과를 요청했다. 코오롱생과는 티슈진이 넘긴 자료를 13일에 받았고, 코오롱생과는 이를 다시 미쓰비시에 넘겨주면서 성분이 바뀐 것을 인지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코오롱생과 측이 자료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티슈진은 성분이 바뀐 사실을 영원히 묻어두려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코오롱생과의 자회사인 티슈진이 유전자 성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중대한 사실을 4개월 간 은폐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티슈진은 어떤 방법으로든 코오롱생과에 이 내용을 보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우석 코오롱생과 대표가 2017년 당시에도 티슈진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는 점으로 볼 때, 팩스나 이메일 등 정식적인 보고 없이도 이우석 대표가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코오롱생과 사내이사를 맡고, 인보사 개발을 지휘한 이 전 회장에게도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됐을 것이란 추정은 무리가 아니다.

유전자 성분이 바뀌었다는 것은 20년간 진행해 온 연구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식약처 허가를 받기 전까지 윗선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사실 은폐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또 식약처는 코오롱생과가 허가 신청 당시 신뢰도가 부족한 실험결과 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티슈진이 허가 신청 전 장기간 실시한 반복실험에서 특이 유전자(gag·pol)가 검출됐다. 하지만 원인조사 없이 불검출 결과만 선별해 허가 자료로 활용했다. 이 역시 티슈진 연구원이나 코오롱생과 말단 직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과는 입장문을 내고 “티슈진의 초기 개발 단계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 부족한 점이 있어 당사의 허가 당시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지만,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안팎의 비난의 목소리는 확산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이 전 회장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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