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 서울 6℃

  • 인천 4℃

  • 백령 5℃

  • 춘천 7℃

  • 강릉 8℃

  • 청주 8℃

  • 수원 5℃

  • 안동 9℃

  • 울릉도 11℃

  • 독도 11℃

  • 대전 7℃

  • 전주 7℃

  • 광주 7℃

  • 목포 9℃

  • 여수 12℃

  • 대구 13℃

  • 울산 13℃

  • 창원 13℃

  • 부산 13℃

  • 제주 13℃

한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입모아 부인하는 속내

한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입모아 부인하는 속내

등록 2019.05.13 13:34

이세정

  기자

한화케미칼·에어로스페이스 “검토 안해” 입 모아㈜한화도 부인 가능성···업계선 여전히 유력후보당분간 관망하며 주가 하락·실사 종료 기다릴 듯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여전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최대한 ‘싼 값’에 사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다.

13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8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화케미칼은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고 향후에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 내에서 재무구조가 탄탄해 인수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 점처졌다. 특히 지난 4월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은 “면세점은 연간 3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던 사업”이라며 사업 철수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14년 한화그룹에 흡수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내 유일하게 항공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1979년부터 가스터빈 엔진 창정비 사업을 시작하며 약 40년간 항공기 엔진 부품을 만들어왔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항공기 엔진, 기계시스템 등 항공 제조업과 업의 본질이 다르다”면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인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 역시 오는 15일 예정된 실적발표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계열사들과 비슷한 기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동안 항공 부품 공장을 준공하고 미국 항공기 부품회사를 사들이며 항공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삼성테크원(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수도 맥락을 같이한다. 2017년에는 저비용항공사(LCC) 면허발급을 추진하던 에어로K에 160억원을 투자하며 항공부품업이 아닌, 항공운송업 진출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그룹이 공들이던 롯데카드 매각전에 돌연 불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힘이 실렸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롯데카드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1월 예비입찰에는 참여해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올랐지만, 4월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의 인수 포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이 갑작스럽게 노선을 바꾼 배경에는 본입찰 마감 열흘 전에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풀이다. 롯데카드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예상 인수가는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 만큼, 두 매물을 모두 품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계열사(한화생명) 차원의 결정일 뿐”이라며 그룹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1조원대가 넘는 인수 작업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결정은 사실상 김 회장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이 롯데카드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노선을 재정립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 의사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수합병(M&A)이 대부분 극비리에 진행되는 만큼, 기업이 ‘우선 부인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3월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이후 3420원까지 떨어진 주가는 매각이 결정되면서 2배 이상 뛴 84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기업들이 인수설을 정면 부인하면서 주가는 현재 6000원 초반대까지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기업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되고,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CS증권은 약 2~3개월간 실사를 진행한다. 이제 막 실사에 돌입한 만큼, 인수의향서 접수는 오는 9월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항공사가 매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사 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인수금액이나 일정의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인수전 참가 의사를 밝힐 이유는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오지 않으면, 주가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면서 “한화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있지만, 우선은 관망하자는 식의 눈치작전을 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인수 추진을 부인하다 막판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계열사들의 인수 부인은 실적발표회를 통해 공식화된 부분이지만, 수정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