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靑 향한 신재민 폭로···그는 왜 지지받지 못했나?

최종수정 2019-01-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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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靑, 적자 국채 발행에 압력 행사”
공익제보 vs 공무상 비밀 누설···갑론을박
김동연 “소신과 정책 조율은 다른 문제”
전문가들 “경험 부족한 사무관의 오해”

<제공=연합>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사태가 자살 소동까지 이어지며 어느정도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공익제보인지, 공무상 비밀 누설인지에 신 사무관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평가가 공익 제보와는 성격이 멀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부당함을 알리자는 것이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자살 사태까지 벌이며 간절함을 호소하고 있지만...결국 그는 왜 지지받지 못했을까.

3일 오전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고파스(고려대 커뮤니티)에 호소문을 게재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 글에서 항간의 소문과 폭로 의도 등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 전 사무관은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폭로한 건 기재부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부당함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다른 걸 못 할 거라는 부채 의식 때문이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기재부 근무 당시 청와대가 2017년 4조원의 적자 국채 발행에 압력을 행사했고, 작년 초 민간기업인 KT&G 사장 교체에도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고 청와대도 의혹을 부인했다.
신 전 사무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며 “문제 제기는 근거가 있었고 (촛불로 탄생한)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 고발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 방지를 할 줄 알았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경찰 수색 끝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신고 4시간 만에 발견된 신 전 사무관은 다행히 신변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자살 소동 이후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신재민 논란과 관련 처음으로 입장을 전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걱정과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획재정부에서 다루는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하다”며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재민 전 사무관의 충정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이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차영환 국무2차장(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또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제기한 적자 국채 발행 강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차영환 2차장은 “청와대는 정부 정책에 최종 책임을 지는 곳이며, 경제정책비서관은 경제 정책을 판단하고 이견이 있을 경우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경제정책비서관으로서 국채발행에 대해 기재부와 긴밀히 협의한 것이며,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은 맞지도 않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차 2차장은 “당시 쟁점은 국회가 승인한 28조7000억 원 규모의 국채 발행 관련 사항이었다”며 “국채 발행은 국회에서 허용한 한도 범위 내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해 행정부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그 중 20조원은 이미 발행했고, 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의 추가발행 여부를 논의한 것”이라며 당시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혀 경기상황을 고려해 국채를 추가 발행함으로써 재정 여력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일정 부분의 국채발행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또한 이번 적자국채 외압 의혹에 대해 “청와대의 요구가 부당한 국가 손실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영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험 부족한 사무관의 오해”라며 자신의 SNS 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렸다. 조 교수 “초과세수가 발생한다고 반드시 국채를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채 상환에 쓸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써야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차현진 부산본부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백(buy-back)은 국가채무비율 논쟁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자기 일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별로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인데 보통 바이백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내용에도 이런 계획이 포함돼 있어 바이백을 취소했건 말건 국가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 한 국장은 “초임 사무관 시절에는 자기 업무에만 매몰돼서 그럴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세제 잉여금을 나누는 과정은 항상 1차관과 2차관이 싸우고 서로 의견 나누고 조율한다. 재정 정책 전반을 안 보고 국고국 입장에 반대한다고 해서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의 업무밖에 못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사무관이 공익 제보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익신고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신 전 사무관이 내용이나 형식에서 아직 공익신고자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공익신고자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식품위생법, 자연환경보전법, 의료법 등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규정된 284개 침해행위 중 어느 것을 신고한 경우에 보호되는데, 보도된 내용에 비춰보면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사안이 여기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응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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