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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빅3, 자문자답식 의료자문 논란···외부자문 2.3%에 불과

생보사 빅3, 자문자답식 의료자문 논란···외부자문 2.3%에 불과

등록 2018.11.21 07:01

장기영

  기자

최근 3년간 의료심사 대상이 된 9만4440건 중자체 자문의 소견만으로 삭감된 비중 47% 달해자문의 1명이 年 1000건 이상 처리···업무 과중다툼의 여지 있을 경우 수익자에 안내·동의 거쳐제3의료기관 자문받아 처리해야 하지만 안 지켜져

3대 대형 생명보험사 의료심사 실시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3대 대형 생명보험사 의료심사 실시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

교보생명을 비롯한 국내 3대 대형 생명보험사가 최근 3년여간 자체 의료심사 결과만으로 심사 대상 보험금 중 절반을 삭감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보험사는 특정 자문의 1명에게 연간 1000건 이상의 의료자문을 의뢰하는 등 회사에 유리한 자문을 하는 자문의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생보사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9만4440건의 의료심사를 실시했으며 이 중 4만4641건(47.3%)의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했다.

전체 의료심사 가운데 제3의료기관의 의료자문을 받은 사례는 2125건(2.3%)에 불과했다.

전체 심사 대상 보험금 청구 중 절반가량을 자체 자문의의 소견만으로 삭감해 지급한 것이다.

보험사는 의학적 소견이 필요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 자체 자문의를 통해 소견을 구하거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얻어 제3의료기관으로부터 의료자문을 받아 보험금 지급심사업무에 활용한다.

자체 의료심사 결과 보험수익자가 제출한 의료기록 등의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험수익자에게 의료심사 결과를 안내하고 동의를 얻어 제3의료기관의 의료자문을 받아 처리해야 한다.

회사별로 교보생명은 해당 기간 1만7683만건의 의료심사를 실시하면서 1만2564건(71%)의 보험금을 줄여 지급해 삭감 비중이 가장 컸다. 의료심사 대상이 된 보험금 청구 10건 중 7건 이상의 보험금이 제3의료기관 자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삭감됐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은 4만7909건 중 2만2172건(46.3%), 한화생명은 2만8848건 중 9905건(34.3%)의 보험금을 삭감했다.

제3의료기관의 자문을 받은 심사 건수의 비중은 교보생명 1.2%(204건), 한화생명 2%(577건), 삼성생명 2.8%(1344건) 순으로 작았다.

의료자문을 보험금 지급 거부나 삭감에 악용하는 보험사들의 행태는 지난달 금융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정무위 소속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험사 의료자문 건수 및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7만7900건으로 전년 6만8499건에 비해 9401건(13.7%)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의료자문 결과를 인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는 매년 늘어 전체 의뢰 건수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의료자문 결과를 인용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3만8369건으로 49%를 차지했다.

동일한 유형의 보험금 부지급 건수의 비중은 2014년 30%(9712건)에서 2015년 42%(2만763건), 2016년 48%(6만8499건)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의료자문제도는 최근 논란이 된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의 근거로 활용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국정감사 당시 “주치의 의견은 자문의 소견서로 무시되고 유령의사로부터 본인의 병을 진단받고 입원 필요성이 무시되고 있다”며 “의료기관도 아닌 금감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피해버리고 정보력 면에서 한참 열세인 환자들이 판례를 찾아서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생보사들은 특정 자문의 1명에게 연간 1000건이 넘는 의료자문을 받는 등 쏠림현상도 심각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전체 의료심사 중 2만4142건(50.4%)가 10명의 자문의에게 집중됐다. 이 가운데는 5000건 초과 1명을 포함해 3000건 이상이 집중된 자문의도 3명 있었다.

교보생명은 3000건 초과 자문의가 2명, 한화생명은 2000건 초과 자문의가 1명이었다. 교보생명은 1만4438건(81.6%)이 9명, 한화생명은 8296건(28.8%)이 10명의 자문의에게 몰렸다.

회사별 자문의 1인당 평균 의료자문 건수는 삼성·교보생명이 각 83건, 한화생명이 30.9건이었다.

이는 보험사의 입맛에 맞는 자문의, 즉 보험사에 유리한 자문을 하는 자문의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이란 지적이다.

보험금 지급 거부나 삭감의 근거가 되는 자문을 하는 일부 자문의에게 더 많은 자문을 의뢰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삭감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금감원 측은 3개 생보사에 대해 “의료심사 대상 선정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고 객관적 반증자료 없이 의료심사 소견만으로 환자를 직접 치료한 의사가 작성한 의료기록 등을 부인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등 의료자문제도를 불합리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심사 대상 선정 기준, 의료심사 결과 안내 방법 및 절차, 자문의 선정 절차, 제3기관 의료자문 절차, 의료자문 내용 활용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의료자문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합리적인 개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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