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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1년 연기?···중소형사 운명 쥔 삼성생명

‘IFRS17’ 도입 1년 연기?···중소형사 운명 쥔 삼성생명

등록 2018.11.05 16:15

장기영

  기자

2018년 주요 보험사 자본 확충 추진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2018년 주요 보험사 자본 확충 추진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 1년 연기 여부가 이달 중순 결정된다. 도입이 연기될 경우 대규모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국내 보험사들은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이번 결정에는 IFRS17 적용을 지원하는 전 세계 전문가그룹의 자문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그룹 위원을 배출한 삼성생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며 자본 확충에 팔짱을 끼고 있어 도입 연기가 간절한 중소형 보험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지 미지수다.

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IFRS17 도입 1년 연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IFRS17은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1년 도입된다.

IASB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도입 유예 방안을 논의했으나 각국 보험사의 준비 상황에 따라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 도입 시기가 오는 2022년으로 연기되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과 관련 시스템 구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제도 도입을 2년여 앞두고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국내 보험사들은 도입 연기 논의를 반기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에 따라 시행되는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의 단계적 도입을 요구해왔다. K-ICS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데 따른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새 지급여력제도다.

특히 국내외 채권 발행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올 초까지 유용한 자본 확충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사실상 중단됐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사 한화생명은 지난 4월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추가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한화생명의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219.7%로 삼성생명(304.5%), 교보생명(282.8%)을 포함한 3대 대형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른 대형 생보사인 교보생명은 지난 6월부터 추진했던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보류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하고 채권 발행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의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다.

대표적인 예로 동양생명은 두 차례에 걸쳐 채권 발행 유형과 지역을 바꾸고 규모를 축소한 끝에 목표한 금액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본을 확충하는데 그쳤다.

동양생명은 당초 지난 5월 21일 이사회에서 최대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키로 했으나, 한 달만인 6월 21일 이사회에서 동일한 규모의 해외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계획을 바꿨다.

이후 또 다시 8월 10일 이사회에서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변경하고, 9월 6일 이 중 절반인 1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 중 최대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했던 신한생명도 방향을 틀었다.

신한생명은 지난 9월 6일 이사회에서 3912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선 6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국내에서 발행한데 이어 올 들어서만 두 번째 후순위채 발행이다.

올해 7월 19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에는 35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 밖에 4월 메리츠화재(1000억원), 6월 롯데손해보험(600억원), 9월 KDB생명(2200억원) 등의 순으로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이 각종 채권 발행을 통해 곳간을 채운 보험사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에 속한다.

일부 중소형 보험사는 자본 확충은커녕 IFRS17 결산시스템 구축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보험사들은 자체 계획 지연과 외부 계리·회계 전문인력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IFRS17 도입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칠 삼성생명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IASB에 IFRS17 관련 실무 해석상 이슈와 회계처리 질의사항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보험 전문가그룹(Transition Resource Group·TRG)에는 삼성생명 경영지원실 재경팀 소속 박정혁 수석이 유일한 한국 출신 위원으로 속해 있다.

보험 TRG는 IASB가 운영하는 3개 TRG 중 하나로, 지난해 9월 박 수석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전문가 15명을 위원으로 선임했다.

보험 TRG의 자문은 IASB 이사진의 IFRS17 도입 연기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수석과 소속 회사인 삼성생명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국내 보험사, 특히 중소형사들이 받는 충격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박 수석이 IFRS17 도입 시 국내 보험업계의 애로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IFRS17 도입과 이에 따른 확충 부담에 대한 삼성생명과 중소형 보험사간 시각차가 커 박 수석이 국내 보험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에 대비한 자본 확충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계획이 없는 상태다. K-ICS 적용 시 현행 RBC비율이 급락할 것이란 일각의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박 수석이 TRG 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IFRS17이 삼성생명에 유리한 방식으로 국내에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며 “IFRS17 도입은 국내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삼성생명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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