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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400兆···문제는 ‘양보다 질’

[대한민국 긴급점검]가계부채 1400兆···문제는 ‘양보다 질’

등록 2017.09.26 08:28

정백현

  기자

정부 강력 규제에 증가율 상승 꺾여올 2분기 전년비 10.4% 3년來 최저주담대 차단했지만 신용대출은 급증대출채널 봉쇄따른 풍선효과 우려 ↑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서민 경제의 뇌관으로 일컬어졌던 가계부채 문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금융당국 내부에서 서서히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와 관련된 가시적인 지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 배경이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집계한 가계부채 잔액은 138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었다. 가계부채 잔액은 금융권 등을 통해 대출금을 빌리는 가계신용과 카드사 등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할부 금융 상품을 이용한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단순한 부채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증가율만큼은 확연히 떨어졌다. 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1.6%까지 치솟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2분기의 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 10.4%는 2015년 3분기(10.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에 대한 시스템적인 문제는 현재 없으며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당국과 각 금융기관의 자체 노력 덕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채의 규모만 줄어들고 있을 뿐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인 요소가 선명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스템적 문제는 없다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 시스템적 문제가 없다고 언급한 배경으로는 차주들에 대한 분포 현황이 안정적이라는 데이터가 꼽히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대출 차주별 분포를 보면 가계대출 총량에서 소득 상위 30% 이내의 고소득자나 신용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 차주의 비중은 각각 65.6%와 67.1%에 해당한다.

반면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수준이 하위 30% 미만에 있거나 신용등급이 7등급 미만에 해당하는 ‘취약차주’의 비중은 전체의 6.1%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취약차주들이 빌린 빚의 총량은 80조4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14년 말 7.2%에 해당했던 전체 가계부채 중 취약차주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며 취약차주들로 인한 가계부채 대란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분석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 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 취약차주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부채의 총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취약차주들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소득을 증대하는 기반도 아직 미흡하거나 아예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오는 10월 중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범정부 종합대책에 빚으로 고통 받는 저소득층의 근본적 소득 증대 방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다. 그러나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의 대안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은 여전하다.

◇신용대출 증가 또다른 위험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폭증의 주원인 중 하나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공급 증가를 꼽았다. 살고 있거나 보유하고 있는 집이 이미 있음에도 또 다른 집을 사기 위해 주담대를 신청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것이 결국 가계부채 증가로 연결됐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주담대의 공급 채널이 막혔다. 투기지역에서는 이미 주담대를 공급받은 세대의 신규 주담대 신청이 제한됐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담대 기공급 세대의 주담대 추가 신청 문턱이 더 높아졌다.

정부의 이와 같은 규제 강화에 주담대 증가세는 꺾였다. 규제 적용 직전인 2분기까지 주담대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8월부터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8월 한 달간 은행권을 통해 공급된 주담대 규모는 집단대출이 줄어든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3000억원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뚜렷했고 상호금융기관의 주담대 역시 1년 전은 물론 올해 7월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줄어든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로 대표되는 은행권 기타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기타대출은 8월 한 달에만 1조90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이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주담대가 줄어드는 반면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이 대출 채널 봉쇄로 인한 풍선효과라고 우려하는 금융권 안팎의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당국은 애써 이를 부정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신용대출 증가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에 따른 일시적 효과이기 때문에 8.2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신용대출 증가는 또 다른 가계부채 대란의 전조 현상이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 신청과 공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인터넷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보험사에서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빈틈이 있다는 것”이라며 “10월에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애초에 빚을 내지 않고도 경제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하는 선명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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