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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공백 SK. 한화가 부러운 이유는

최태원 회장 공백 SK. 한화가 부러운 이유는

등록 2014.08.14 16:17

수정 2014.08.14 17:28

최원영

  기자

사업구조 개편 속도내는 한화, 군살 빼고 핵심사업 ‘올인’공격경영 부재 SK, 실적부진에 인수합병도 성과없어
오너 복귀와 공백의 차이··· 투자 적극성 극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화가 ‘사업구조 개편’ 엑셀레이터를 강하게 밟았다. 비주력사업들은 빠르게 매각 절차를 밟았고 핵심사업인 석유화학·태양광·첨단소재에 힘을 싣기위해 일사불란한 변화를 시작했다.

한화의 이같은 변화는 김승연 회장 특유의 결단력이 발현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오너 부재로 1년8개월여간 멈춰있던 한화는 올 초 리스크가 해소되자마자 고강도 사업재편에 들어가며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SK의 상황은 다르다. 하이닉스 홀로 뜨거웠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력사업들은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다. 총수 부재 SK의 올해 경영전략은 ‘내실과 안정’이다.

최태원 회장 공백이 이유다. 최근 최 회장의 10년지기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SK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야심차게 밀고 있었음에도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최 회장 공백 이전 마지막 행보인 하이닉스가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도 총수 결단력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계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력’, ‘혜안을 갖고 진행하는 중장기 프로젝트’ 등의 추진 가능 여부가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가르는 차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 신속하고 통 큰 결단 다시 빛난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자유의 몸이 된 지 이제 반년이 됐다. 악화됐던 건강상태도 상당부분 호전되면서 그룹의 오너리스크도 함께 해소된 상태다.

김 회장이 풀려난 이후 미뤄졌던 기존 사업들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고 건축자재·제약 등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3대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의 그룹 구조재편이 이어졌다.

먼저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부문의 과감한 매각이 이뤄졌다. 사업 효율 극대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때문이다. 지난 6월 한화L&C 건재사업 부문은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 측에 3000억원에 매각됐다.

대신 기존 존속법인인 소재사업 부문은 ‘한화첨단소재’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수익성이 부진했던 건자재부문 대신 그룹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첨단소재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한화케미칼은 제약 자회사 드림파마 매각도 추진했다. 그룹 핵심사업과의 관련성이 적었고 실적도 부진했다.

과거 김승연 회장은 IMF 당시 한화에너지 정유부문을 매각하면서 수백억원을 손해보면서까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최우선 조건으로 협상을 관철한 바 있는데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이같은 ‘신의(信義) 경영’ 철학은 이어졌다.

한화L&C건재사업 부문과 드림파마 직원들의 100%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 복리후생 승계를 전제로 매각협상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력사업 정리와 함께 주력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석유화학부문의 강화를 위해 한화케미칼은 폴리우레탄 원료인 TDI를 생산하는 KPX화인케미칼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다우케미칼은 1897년 설립된 미국기업으로 세계 화학제품 시장에서 독일 바스프와 함께 1, 2위를 다투는 선두기업이다.

또 하나의 축인 미래성장동력 육성도 활발하다. 태양광부문은 이미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그룹은 호주에서 주택용 태양광 사업과 에너지 절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주택용 태양광 리테일러인 엠피리얼(Empyreal)社 지분 4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룹은 이외에도 일본, 독일, 중동 등 주요 지역에서 태양광 리테일 업체 인수 및 발전소 운영 사업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서 시장지배력을 확고히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행보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한화건설은 지난 6월 6500억원 이상의 투자자금이 몰린 가운데 목표액인 4000억원 규모의 RCPS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또 한화케미칼은 지난 4월 해외 투자자들을 통해 약 3억4000만 달러의 GDR을 성공적으로 발행해 약 3535억원의 해외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화건설은 부채비율을 150% 가까이 줄이고 한화케미칼은 부채비율을 약 18% 줄이며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 본사(왼쪽), 종로구 SK서린빌딩.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 본사(왼쪽), 종로구 SK서린빌딩.


◇최태원 없는 SK, 공격경영 없이 고전중 = 지난 2월말 대법원이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형제에게 실형을 선고했을 때 SK그룹은 혼란에 빠졌다. 신규사업이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총수 공백에 의한 사업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당시 SK그룹의 입장이었다.

실형확정 이후 약 반년, 선장 없이 항해한 지는 1년 반이 넘었다. 재계 3위 SK그룹은 지난 4월8일 선장과 부선장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아무런 행사 없이 창립 61주년을 보냈다.

현재 SK그룹은 ‘내실 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오너 부재 속에서 과감한 결단이나 투자를 줄이고 안정성을 더하겠다는 얘기다. SK의 제52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조대식 대표이사는 “올해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김창근 의장의 지휘아래 수펙스추구협의회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이 1박2일 내부합숙 워크숍을 갖고 위기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지만 오너 체제를 완벽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최 회장이 힘써온 해외사업이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의 결단으로 성사된 SK하이닉스와 같은 성공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 회장 부재 이후 이렇다 할 투자나 인수합병이 성사된 바 없다. SK그룹은 SK E&S와 SK텔레콤이 각각 추진하던 STX에너지·ADT캡스 인수합병을 모두 중간에 포기한 바 있다. 국내 2위 보안업체인 ADT캡스는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인수를 확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호주 석유사업 거점 확보를 위한 현지 유류공급업체 UP 인수건도 불발에 그쳤다.

SK그룹 계열사는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곤 주요계열사들도 대부분 실적이 악화됐다. 하이닉스 역시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제때 투자를 하지 못할 경우 언제까지 호실적을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했을 때 10년 인연을 맺고 있는 최 회장의 부재 탓에 중국에서 도약할 기회를 생겼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은 SK그룹에 뼈아프다.

SK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때 시 주석과 최 회장이 만났다면 중국내 SK 사업들이 좀 더 심화된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SK관계자의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경영은 오너 외에는 힘들다”면서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에 더 많은 고용과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소한 오너 경영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한 도전과 혁신이 발휘되긴 어렵다”면서 “한화와 SK의 경우, 오너가 그룹 경쟁력에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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