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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영업맨들의 워너비 “자신을 포장말라”

고졸 영업맨들의 워너비 “자신을 포장말라”

등록 2013.04.01 07:14

수정 2013.04.01 17:46

정백현

  기자

[CEO리포트]맥주업계 1위 이끈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 남다른 친화력 앞세워 학벌의 한계 장점 승화 ‘주류영업의 달인’ 칭호
- 직원들과 끝없는 소통 아이디어 발굴도 앞장 협력사 氣 살리기 분주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사진제공=오비맥주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사진제공=오비맥주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두 개 있다. ‘고졸 출신’ 그리고 ‘주류 영업의 달인’이다.

장 사장은 주류업계는 물론 국내 재계에서도 첫 손에 꼽는 고졸 출신 CEO의 대표 주자다. 다른 CEO들이 야간 과정이나 유학 등을 통해 유명 대학의 MBA 과정을 수료한 것과 달리 장 사장의 최종 학력은 ‘대경상업고등학교 졸업’에서 끝난다.

실제로 장 사장은 1973년 서울 대경상고 졸업장을 받은 이후 아무런 학위를 받지 않았다. 재계에서 그야말로 찾기 힘든 ‘순수 고졸’ 출신 CEO다.

1980년 주류업계 입문 이후 30년 이상 영업맨으로 살아온 장 사장은 자신이 겪었던 학벌의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영업사원 시절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고졸 출신 직원임을 밝혀 친근감을 갖게 했다.

단점이 될 수 있었던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개방한 덕분에 장 사장은 영업의 달인이 됐다.

장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자신이 학벌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것처럼 직원들도 주변 환경의 한계에 주눅 들지 말고 모든 일에 자신 있게 임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자신감 덕분에 오비맥주는 경쟁사를 제치고 15년만에 맥주업계 1위 브랜드 자리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

◇현장직원과 술잔 부딪치며 소통 = 장 사장은 지난해 6월 대표로 선임된 이후 하반기 내내 전국을 돌며 750명의 생산직원들을 모두 만났다. 현장 영업맨 출신답게 현장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싶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었다.

장 사장은 직원 개개인과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직원들을 소규모 팀으로 나눠 만났다. 장 사장과 직원 간의 간담회는 20~30명의 규모로 총 30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장 사장은 직원들과 일일이 술잔을 부딪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장을 찾은 장 사장은 CEO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이벤트 MC 역할을 자청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를 주선하기도 하고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자신이 평소 갖고 있던 ‘행운의 2달러’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 선물로 주기도 했다. 영업사원 시절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 셈이다.

사장이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자 간담회장 분위기는 웃음이 넘쳐났고 직원들은 현장을 찾은 장 사장의 건강을 위한 건배사로 화답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직원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건의사항과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전달했고, 장 사장은 직원들의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이를 세심히 접수했다.

장 사장은 30회에 걸친 생산직원과의 간담회에서 총 441건의 건의사항을 접수해, 이 중 400여건의 사안을 직원들의 건의대로 처리했다. 회사의 작업 환경은 좋아졌고, 이는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직원들이 건의한 내용에는 재치와 진지함이 공존했다. 작업복은 많지만 체육복이 없어 휴식시간에 운동하기 힘들다는 건의가 나왔는가 하면 작업 공정의 혁신을 위해 맥주 주입기와 살균기를 교체해 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그러자 장 사장은 전 직원에게 체육복을 선물했고 2013년 중점 추진 과제로 맥주 주입기·살균기 교체를 선정했다.

장인수 사장은 외부 인사와의 모임보다 내부 직원들과의 만남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집안 식구들을 더 먼저 챙기는 것이 회사의 혁신과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 직원들은 가족이자 내부 고객”이라며 “내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외부의 소비자들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협력사 기 살리기’의 해 = 장 사장의 지난해 경영 주제가 ‘같은 식구 챙기기’였다면 올해는 ‘도움 식구 챙기기’다. 장 사장은 본사 직원들과 함께 전국 곳곳에 있는 오비맥주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현지 협력사 직원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그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장 사장의 이동 동선은 가히 전국일주 수준이다. 오비맥주의 핵심 생산거점인 경기도 이천을 비롯해 안산, 대전, 논산, 울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여러 곳을 기꺼이 방문하고 있다. 그가 1년에 오가는 이동거리는 약 7만㎞. 다른 이라면 이미 나가 떨어졌을 법도 한 거리다. 30년 영업 내공을 보유한 장 사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비맥주 생산 직원들과의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협력사와의 간담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협력사 간담회에서는 장 사장의 방문으로 회사 자체에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 곳도 있다.

실제로 노사분규 중이던 한 업체는 장 사장 방문 당일 노조에서 대자보와 플래카드를 모두 내리고 ‘휴전’을 선언하기도 했고, 또 다른 업체는 오비맥주의 주문량이 늘면서 폐쇄 직전의 지방공장을 다시 가동하게 됐다며 장 사장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장 사장은 협력사 직원들에게 “협력사는 단순히 원료와 자재를 공급하는 공급자가 아니라 원청기업과 운명을 같이 하는 파트너”라며 “1등 협력사가 있어야 1등 기업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함께 공통의 꿈을 키워가자”고 격려하고 있다.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은
▲1955년 전남 순천 출생 ▲1973년 서울 대경상고 졸업 ▲1980년 진로 영업사원 ▲1999년 진로 서울권역담당 이사 ▲2003년 진로 서울권역담당 상무 ▲ 2007년 하이트주조·하이트주정 대표이사 ▲2010년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 ▲2012년 오비맥주 대표이사 겸 사장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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